
현대자동차가 26일 발표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 전략은 '불확실성 정면 돌파'와 '질적 도약'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미국발 관세 위협, 중국차의 저가 공세,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2030년 555만 대 판매 목표를 고수하고 영업이익률 목표를 9% 이상으로 오히려 올려 잡았다.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파워트레인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소프트웨어·AI 생태계를 선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승부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금은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며 겪어온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이지만, (정주영) 창업 회장님의 정신을 이어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공격적 목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파워트레인 유연성'이다. 하이브리드(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전면에 내세워 캐즘 충격을 흡수하면서 순수전기차(EV)로 연착륙하는 징검다리 전략을 구축했다.
올 하반기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와 신형 투싼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00종 이상의 신차를 쏟아붓는다. 특히 충전 부담을 덜고 주행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린 EREV를 내년 초 국내와 미국 시장에 전격 투입한다. EREV 배터리는 반도체처럼 현대차가 직접 설계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 전략을 취해 기술 내재화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꾀한다.
이를 통해 북미에선 HEV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유럽에선 전용 EV '아이오닉 3'를 앞세워 전기차 판매를 4배(42만 대)로 확대한다. 여기에 글로벌 생산능력을 127만 대 증설해 권역별 맞춤 생산 체제를 공고히 한다. 부진을 겪던 중국 공장은 중동·중남미 신흥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수출 전초기지로 전환해 수익성을 정상화한다.
무뇨스 사장은 “우리는 항상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해왔으며 이는 관세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현지 부품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려 통상 리스크를 무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데이터 수집과 AI 학습, 무선 업데이트(OTA)가 맞물리는 '데이터 플라이휠' 체계를 구축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2028년 첫 SDV 양산차에 자율주행 레벨 2+를 적용하고, 2029년에는 5만 장 이상의 GPU를 수용하는 새만금 100㎿급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AI 경쟁력을 내재화한다.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연합 전선도 넓힌다.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 기반 웨이모 로보택시를 4분기부터 출하해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다. 2028년 가동할 미국 연 3만 대 규모의 로봇 제조 공장 물량은 그룹사 내부 스마트팩토리 수요로 우선 소화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제조 현장에 조기 실전 배치한다.
재무 전략에서는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전 주기 원가혁신(1.5%p), 재료비 절감(1.0%p), 부품 현지화(0.5%p)를 통해 매출원가율을 3%포인트 낮추고,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8~9%)보다 높은 9% 이상으로 상향했다.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은 과감한 주주환원 실행으로 직결됐다.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29만1274주와 우선주 121만4332주 등 총 250만5606주(전일 종가 기준 7891억 원 규모)의 기존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총주주환원율(TPR) 35% 이상 달성을 약속하고, 분기당 2500원씩 연간 최소 1만원 이상의 배당 정책을 확고히 유지하기로 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