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동맥경화 검사법 소개
맥파속도·경동맥초음파·석회화지수 점검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은 함께 관리
가슴통증·편측마비 땐 즉시 119 신고
의학에서 말하는 신체 나이는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현재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는 종합 지표에 가깝다. 걷는 속도와 악력, 균형감각, 심폐 기능, 인지 기능, 영양 상태, 생활습관 등이 맞물려 개인별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
전자신문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당신의 신체 나이는 몇 살입니까'를 주제로 10회 건강기획을 연재한다. 주민등록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달라지는 이유를 시작으로 기억력과 뇌, 혈관과 심장, 폐 기능, 근육과 관절, 눈과 소화기 등 몸 곳곳에서 나타나는 노화의 신호를 짚는다. 마지막 회에서는 운동·식사·수면 등 일상에서 신체 나이를 늦추는 관리법을 살펴본다.
노화 자체를 멈출 수는 없지만 몸이 보내는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생활습관과 건강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은 가능하다. 이번 기획은 숫자로 적힌 나이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건강한 노화를 준비하는 기준을 찾아본다.

혈관 나이는 혈관이 얼마나 딱딱해지고 두꺼워졌는지, 즉 동맥경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현재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각각 혈관의 서로 다른 면을 들여다본다.
첫째는 맥파속도 검사(PWV)다. 심장이 피를 뿜어낼 때마다 그 압력이 파도처럼 혈관을 타고 전달되는데, 이 파동이 도달하는 속도를 통해 혈관이 딱딱해진 정도를 재는 검사다. 젊고 탄력 있는 혈관은 이 파동을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받아 흡수하면서 천천히 흘려보내지만, 딱딱하게 굳은 혈관은 파동을 그대로 튕겨내듯 빠르게 다음 구간으로 전달한다. 파동이 빨리 도착할수록 혈관이 그만큼 딱딱해져 있다는 뜻이다. 검사가 어렵지 않고 몇 분 만에 측정할 수 있어 혈관 나이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검사로 쓰인다.
둘째는 경동맥 초음파다. 목 양쪽에는 뇌로 피를 보내는 굵은 혈관인 경동맥이 지나가는데, 피부와 가까워 초음파로 혈관 벽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검사로는 혈관 벽이 얼마나 두꺼워졌는지를 밀리미터 단위로 재고,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쌓여 만들어진 동맥경화반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맥파속도가 혈관의 경직도를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검사라면, 경동맥 초음파는 혈관 벽의 두께와 상태를 직접 확인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셋째는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CACS) 검사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석회화가 침착된다. 조영제 없이 간단한 CT를 촬영해 석회화를 확인하고, 그 정도를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는 검사다. 점수가 높을수록 동맥경화가 많이 진행됐고, 앞으로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도 높다는 뜻이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직접 평가하고 전체 동맥경화 부담을 정량화해 미래 위험까지 예측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세 검사는 각각 혈관의 탄력, 벽의 두께와 플라크, 심장 혈관의 칼슘 침착이라는 서로 다른 측면을 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다른 검사를 완전히 대신하지는 않는다. 실제 진료에서는 개인의 나이와 위험 요인에 따라 이들을 적절히 조합해 혈관 나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다시 말해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등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 외에 몸 안에 숨겨진 동맥경화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 검사들이다. 최근에는 이런 검사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 전략을 세우는 방향으로 진료 패턴이 발전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혈관 노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혈압이 높은 상태로 방치되면 혈관 벽에 지속적으로 강한 압력이 가해져 혈관에 부담을 주고 미세한 상처를 만든다. 그 자리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가 쌓이면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혈관 벽 안쪽에 쌓여 동맥경화반, 즉 플라크를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가면 혈관 벽이 손상돼 이 과정이 더 빨라진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혈관 노화 속도가 일반인보다 빠를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동맥경화반은 터지기 직전의 여드름처럼 안에서 곪게 된다. 그 위를 덮고 있는 막은 대부분 얇아 전조 증상 없이 작은 자극에도 찢어질 수 있다. 막이 찢어지면 동맥경화반 안에 쌓여 있던 물질이 혈액에 직접 노출되고, 우리 몸은 이를 상처로 인식해 혈전을 만든다. 상처 난 곳에 피딱지가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문제는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급히 모인 혈소판이 혈전을 만들며 상처만 막는 것이 아니라 혈관을 통째로 막는 경우다. 이런 일이 생기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날까지 아무 증상 없이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거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것도 이런 기전과 관련이 있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은 이 과정을 따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겹칠 때 위험이 더 커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세 가지를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세트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맥경화반을 덮고 있는 막을 찢게 만드는 대표적인 자극 중 하나가 담배다. 담배 연기 속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는 흡연 직후부터 순간적으로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린다. 또 혈관 안쪽 벽을 이루는 세포를 반복적으로 손상시킨다.
이런 손상이 쌓이면 혈소판이 쉽게 뭉쳐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고, 동맥경화도 비흡연자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몇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을 겪는 사람 중에는 흡연자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금연해야 한다.
혈관 건강을 지키려면 짠 음식과 가공육, 트랜스지방이 많은 튀김류를 줄이고 채소와 생선, 견과류, 통곡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등어, 연어,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액 속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관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물 음식을 적게 먹고 소금과 간장을 줄이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운동은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5회 정도 빠르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이는 혈압을 낮추고 혈관 안쪽 세포의 기능을 개선해 혈관이 확장하고 수축하는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과 식습관 개선, 꾸준한 운동은 혈관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뇌졸중 의심 증상은 '이웃손발시선'으로 기억할 수 있다. '이웃·손·발·시선'은 △이웃: '이' 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 즉 안면마비 △손: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더 없는 편측마비 △발: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구음장애·실어증 △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안구편위 등을 뜻한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골든타임 안에 신속히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근경색은 가슴 중앙이 조이듯 답답하고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5분 이상 지속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왼쪽 팔이나 턱, 등으로 통증이 뻗치는 경우가 많고 식은땀, 호흡곤란, 구역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근경색은 1분 1초를 다투는 질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세포가 괴사하고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참거나 시간을 두고 지켜보지 말고 바로 119에 연락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움말: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