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이라는 중대한 변화에도 직원은 소문으로 미래를 짐작하고 시장은 주가 급락으로 답했다

'소수의 결정→기습 발표→홍보팀의 사후 수습'으로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할 수 없다
모든 기업은 대중과 소통하며 성장한다. 그러나 기업이 열심히 설명한다고 해서 대중이 반드시 기업의 의도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발표를 놓고도 주주는 주가를 생각하고, 직원은 고용과 조직 변화를 걱정하며, 이용자는 서비스의 변화를 먼저 떠올린다.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은 홍보의 본질을 “외부의 눈으로 내부를 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밖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결정이 외부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홍보라는 뜻이다.
이런 기준으로 최근 카카오의 인적분할 발표 과정을 평가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카카오는 많은 것을 설명했지만, 정작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회사를 둘로 나누겠다는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의 회사를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다. 인적분할이기 때문에 기존 카카오 주주는 자신의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는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결합한 사업을 담당한다.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가 대표로 내정됐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 지원과 신규 사업 발굴, 투자를 맡는다. 카카오X 대표에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내정됐다.
카카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개편을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본배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비교적 구체적인 계획이다. 그런데도 시장과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문제는 '무엇을 발표했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발표했느냐'에 있었다.
사실보다 소문이 먼저 도착했다
카카오는 20일 저녁, 바로 다음 날 오전 10시에 임직원 타운홀 미팅을 열겠다고 긴급 공지했다. 통상 수일 전에 알리던 행사와 달리 하루 전에 공지됐고, 구체적인 안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식 발표에 앞서 언론에는 이미 카카오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제보가 들어가고 있었다. 카카오톡 분사와 지주회사 전환 등 여러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보도됐다. 실제 최종 발표와 일치하지 않는 내용까지 섞이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카카오 노동조합도 회사에 공식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며 조합원들에게 기업분할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알렸다.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서 직접 설명을 듣기 전에 언론 보도와 소문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추측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상장회사의 인적분할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다. 이사회 결의와 공시 이전까지 정보 접근자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래 사업계획이나 경영계획을 특정인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면 공정공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밀유지와 준비 부족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보를 사전에 널리 알릴 수 없다고 해서 발표 직전까지 직원과 홍보·IR 조직을 어둠 속에 두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경영전략·법무·공시·홍보·IR·노무 담당자가 엄격한 보안 아래 발표 시점과 메시지, 예상 질문과 답변을 함께 준비했어야 한다. 공시와 동시에 직원, 주주, 언론이 각자에게 필요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시장은 '두 개의 엔진'보다 '또 한 번의 분할'을 먼저 봤다
카카오는 카카오AI와 카카오X를 AI 시대를 이끌 “두 개의 엔진”이라고 표현했다. 복잡해진 사업구조를 나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하나의 회사에 묶여 저평가됐던 사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논리였다.
카카오 측은 국내외 증권사가 평가한 개별 사업의 합산가치는 34조2000억원인데,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불과해 50% 이상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카카오의 설명과 다르게 반응했다.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는 장중 13.18%까지 떨어졌고, 결국 전 거래일보다 7.49% 하락한 3만5800원으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중요내용 공시를 이유로 카카오 주식 거래를 30분 동안 정지하기도 했다.
하루의 주가만으로 인적분할의 성공과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중대한 개편안을 발표한 날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회사의 설명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투자자들이 궁금했던 것은 단순한 기업가치 합산이 아니었다
카카오AI의 AI 사업은 언제부터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카카오X는 지주회사와 유사한 할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두 회사의 자본은 어떤 원칙에 따라 배분되는가. 이번 인적분할 이후 추가적인 분할이나 계열사 상장은 없는가. 경영진은 목표 달성에 어떤 책임을 지는가.
카카오는 2030년 매출 목표와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과거 여러 계열사의 분사와 상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만큼 분명한 미래 서사를 전달하지는 못했다. 회사는 '두 개의 엔진'을 말했지만 시장은 '또다시 회사를 나누는 카카오'를 먼저 떠올렸다.
이 차이를 발견하고 좁히는 일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다. 카카오 안팎에서는 이번 분할과 인사 과정에서 공식적인 핵심 경영진보다 이른바 '실세'로 불리는 소수 인사의 의견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카카오 내부에서는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이 아들과 함께 카카오X로 복귀한다는 소문도 있는게 현실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의 선정 그리고 이동 과정에서도 최고경영자가 충분히 알지 못했던 인물이 거론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목된 사외이사 후보를 잘 안다는 복수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현재 공개된 공시와 공식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정 인사의 개입이나 이른바 '비선 실세'의 존재를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후보 추천 절차, 당사자와 회사의 설명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구조 자체는 분명한 문제다.
회사가 “왜 이 사람인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누가 이 사람을 밀었는가”를 묻기 시작한다. 의사결정의 기준과 책임자가 보이지 않으면 정보의 빈칸을 추측과 평판이 대신한다. 소문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 밖에 말 많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공식적인 설명에 그만큼 빈틈이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투명성이란 모든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권한과 절차에 따라 결정했는지, 후보자의 전문성은 무엇인지, 독립성과 적격성을 어떻게 검증했는지를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홍보팀에 “결정했으니 알아서 알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인 문제는 홍보를 의사결정 이후의 전달 업무로 취급하는 데 있다. 소수의 핵심 인사가 결정을 끝내고 홍보조직에 보도자료 작성과 언론 대응만 맡기면 홍보팀은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결정의 배경과 검토했던 대안,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예상되는 반론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 준비된 메시지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애드리브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된다. 업계에서 '애드리브 카카오', '쿼바디스 카카오'라는 냉소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는 목적지를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직원과 주주, 시장은 여전히 묻고 있다.
“카카오는 어디로 가는가.”
홍보조직은 경영진이 결정한 내용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부서가 아니다. 경영진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외부에서 어떤 질문과 반발이 나올지 미리 들려주는 조직이어야 한다. 기업 내부의 언어를 주주와 직원,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고, 필요하다면 의사결정 자체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의 미래 서사가 홍보·IR 조직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채 “결정은 우리가 했으니 알아서 알리라”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성립할 수 없다.
소통의 성적은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였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카카오는 이번 발표에서 2030년 성장 목표와 주주환원 정책, 자사주 매입·소각 방안까지 제시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직원과 투자자의 불안이 커졌다면 문제는 설명의 양이 아니라 설명의 순서와 구조에 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보도자료를 많이 배포하는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걱정할지 먼저 예상하고, 결정의 배경과 기준을 공개하며, 책임자를 분명히 하고, 약속을 검증할 수 있는 지표와 일정을 제시하는 일이다.
카카오가 진정으로 '두 개의 엔진'을 가동하려면 두 회사의 사업계획보다 먼저 하나의 신뢰 체계를 세워야 한다. 소수만 결정하고, 직원과 주주는 언론 보도와 소문으로 짐작하며, 홍보조직에는 뒤늦게 “알아서 설명하라”고 하는 구조로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만들 수 없다.
회사를 둘로 나누는 것은 이사회 결의로 가능하다. 그러나 한번 갈라진 신뢰를 다시 합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이 낙제점을 받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이 외부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충분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보는 보도자료나 내고 기자들 찾아다니며 기사 내려달라고 사정하는 조직이 아니다. 또한 특정한 인물에 대한 기사만 나오면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조직도 아니다. 홍보는 관점을 바꿔 회사나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해석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팀이다. 이들을 기사나 내고 일터지면 막는 허드렛일을 하는 팀으로 여긴다면 그 회사는 반드시 허드레한 회사가 될 것이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