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강국의 조건, 하이퍼스케일러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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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웅 민주당 부대변인.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에서 들려온 가장 의미 있는 소식 중 하나는 엔비디아가 네이버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외자 유치나 개별 기업의 호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네이버가 플랫폼 기업에서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가 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많이 보유한 기업을 뜻하지 않는다. 초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며, 이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생산하고 타 기업에도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가 대표적이다.

한국 플랫폼의 도전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챗(Chat)GPT 등장 이후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는 다소 갈피를 잃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경쟁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고,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제조사로 쏠렸다.

그러나 이번 투자의 의미는 기업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 시대의 승부처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 2~3년간 세계 각국은 누가 더 뛰어난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지에 집중했다.

AI 모델 간 성능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수십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초대형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전력망, 글로벌 클라우드 운영 역량은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다. AI 진입장벽이 소프트웨어(SW)에서 컴퓨팅 인프라로 이동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형 LLM' 개발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독자 AI 모델을 갖는 '소버린 AI'를 넘어, 자국 기업이 AI 컴퓨팅 인프라를 자립적으로 운영하고 유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로 진화하지 못하면 결국 외국산 인프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AI 팩토리' 구축을 내걸고 손을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전략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정부는 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GPU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GPU 확보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GPU를 활용해 산업 전반에 AI 컴퓨팅 서비스를 공급하고 세계로 수출하는 주체가 나와야 한다.

국회와 정부의 역할도 더욱 정교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첫째,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최대 병목인 전력 확보 문제를 국가 전략 과제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 1GW급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필요로 하는 전력은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출력과 맞먹는다. 더는 신규 원전 건설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 AI 패권 경쟁은 결국 전력 경쟁이다. 안정적이고 대용량인 기저전력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하이퍼스케일러 경쟁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다.

둘째, 하이퍼스케일러 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빨리 구축하느냐다. 인허가, 부지 확보, 전력·용수 확보에 수년씩 걸리는 지금의 속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입법·재정 뒷받침이 실제 하이퍼스케일러 탄생으로 이어지려면, 개별 사업 단위의 산발적 지원을 넘어 세액공제·인허가 원스톱 처리·정책금융 우대를 패키지로 묶어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도체 제조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곧 'AI 강국'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칩을 만들어도, 그 칩을 대규모로 굴려 지능을 생산·유통하는 주체가 없다면 결국 부품 공급국에 머무를 뿐이다. 이번 엔비디아의 투자는 대한민국이 하이퍼스케일러 보유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신호탄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정책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이 가능성을 완전히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선웅 민주당 부대변인 sw.ly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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