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프로기사 신진서 9단이 2점으로 마침내 인공지능(AI)의 벽을 넘었다.
신진서는 19일 중구 청파로 한국경제TV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2국에서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Kata Go)와 4시간 50여분, 290수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집 반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진서는 비록 2점 접바둑이지만 현존 최고 성능 바둑 AI 카타고와 공식 대국에서 처음 승리한 기사가 됐다.
카타고는 그동안 프로기사들과 숱한 연습 대국에서 2점 핸디캡을 주고는 사실상 완승을 이어왔다.
3점으로 버티는 프로기사도 많지 않았고 4점을 놓고도 패하는 기사도 있었다.
10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AlphaGo)와 호선 대국에서 역사에 남을 1승(4패)을 거뒀지만, AI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시점에서 신진서의 2점 접바둑 승리는 버금가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날도 두 점을 먼저 깐 신진서는 예상 승률 99%, 18집반을 앞선 상황에서 2국을 시작했다.
신진서는 1국에서 초반 예상치 못한 수를 당해 일찌감치 역전패했지만 2국은 초반부터 대형 정석을 유도해 바둑판을 좁혔다.
우하귀에서 53수까지 이어지는 대형 정석을 펼친 신진서는 바둑판의 4분의 1 가까이 채웠지만 승률을 조금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1국에서는 70수 만에 승률 99%가 무너지면서 형세가 급격하게 좁혀지기 시작했고 불과 102수 만에 형세가 역전됐다.
2국은 달랐다.
신진서는 카타고의 매서운 수들을 차례로 방어하며 150수가 넘어갈 때까지 99%를 유지했다.
그러나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중앙 백 대마 공격에 나선 신진서는 160수로 상대 돌을 과감하게 절단했다.
이 순간 집 차이는 6집에서 8집으로 늘었지만, 승률은 바둑 시작 후 처음 98%로 떨어졌다.
당장 집으로는 이득이지만 복잡한 수순으로 변수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신진서가 흔들리면서 승률이 한때 89%까지 떨어졌다.
특히 신진서가 상대 돌의 연결 부분을 들여다봤을 때 카타고는 등 뒤에 백돌을 붙이며 곧바로 역습에 나섰다.
신진서는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실낱같은 승리의 길을 절묘하게 찾아가면서 승률도 다시 뛰어올랐다.
이후 치열한 중앙 전투에서 AI보다 정확한 수순을 밟아간 신진서는 마침내 승리를 확인하고 미소 지었다.
1국 참패 뒤 2국에서 설욕한 성공한 신진서는 21일 열리는 최종 3국에서 AI를 상대로 역전 드라마를 꿈꾼다.
기신전 제한 시간은 신진서에게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지고 카타고는 제한 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한다.
신진서는 대국당 5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받고, 승리할 때마다 5천만원의 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2승 이상을 거두면 제네시스 G90도 받는다.
카타고는 인터넷 바둑 플랫폼인 타이젬에서 그래픽카드 RTX 3090 4장을 병렬 결합한 전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카타고가 판단한 수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이단비 초단이 대신 착수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