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연구 현장은 연구개발(R&D) 고도화·복잡화로 위험 요소가 늘었고 유사시 예상 피해도 더 커졌다. 이에 안전이 연구 활동 '기본'으로 여겨지지만 기본은 등한시되기 쉽다.
남다른 모습을 보이는 곳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다. 이상목 원장 취임 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정하고, 전사적 안전체계를 구축·실행했다.
이 원장은 취임한 2024년에 이례적으로 안전 관련 13대 중점 추진 과제를 구성했다. 안전 관련 예산을 두 배 이상 재정비하고, 현장 개선에 3억원을 신규 배정했으며, 전국적 분산 체계 한계 극복을 위한 네트워크 안전망도 구축했다.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 성과로 이어진 울산기술실용화본부를 찾아, 현장에서 강조되는 안전을 살펴봤다.

본부 실험동 2층. 복도 모습부터 달랐다. 안전복장을 안내하는 선배 연구자들의 모습을 담은 실물 크기 등신대들이 도열해 있었다. '취재를 대비해 급히 만든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짓궂은 물음에, 안내를 맡은 강조홍 선임연구원이 “그럴리 있겠느냐”며 웃었다.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국가인증 현판이 걸린 201호 친환경융복합공정실험실 문 앞에는 '실험실 안전교육 미이수자 출입금지' 안내문과 형형색색의 위험표지, 연구실 현황 정보판에 빼곡히 정리된 안전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도 일관됐다. 천장에는 안전수칙, 벽 곳곳에는 '안전보건경영방침', 안전사고 대처요령, 실험실 안전수칙 등 안내 내용이 가득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안내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강 선임은 “설령 동료들이 귀찮아 해도, 지속해서 지적하고 강조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은 편함에 깃든다는 설명이다.
소방 키트, 개인용 안전 장비 등 다양한 안전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강 선임이 특히 자랑한 것은 커다란 '시약장'이었다. 갈색 유리 뒤로 저마다 라벨이 붙은 병이 들어차 있었고, 장 앞 서류철에도 빼곡하게 이용 내역이 정리돼 있었다. 관리 상태에 정성이 느껴졌다.
강 선임은 현재 상태를 이루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시약은 잘못 취급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고 오래되면 폭발하기도 해, 당초 400종이 넘던 것을 280종으로 줄이고 위치와 특성, 위험도 별로 정리해 위험 요소를 차단했다”며 “고된 정리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본인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모두가 동참했다”고 돌이켰다.

건너편 205호 실험실에서도 철저한 대비 상태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폐시약 안전보관함'이었다. 유기계, 무기계, 산, 알칼리 등 폐시약을 개열 별로 처리·보관할 수 있도록 정리했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소개한 정보라 선임연구원은 “따로 구분을 두지 않고 폐시약 통을 두는 경우가 많아, 이 경우 사고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우리가 직접 고심해 보관함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또 정 선임은 “고위험 폐기물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게 중요해, 울산본부는 연구실 특성을 반영한 폐기물 처리 절차를 마련했다”며 “안전관리는 시스템에 기반할 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실험실 안전을 이루기까지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제는 구성원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 울산본부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김다열 사무원은 “연구 활동에 지장이 되지 않으면서 안전을 지키는 방안 마련은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울산 본부가 특히 안전관리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도 그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생기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 상위 기관으로, 지난해에는 6개 연구실을 추가 인증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안전 강화에 대한 경영방침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목 원장은 “취임 직후 안전, 보안, 청렴 세 가지를 생기원의 3대 기본의식으로 정하고, 관련 제도·예산·정책을 만들어 생기원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기본의식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라며 “실험실 안전이 곧 기관의 혁신 역량, 나아가 미래 핵심가치와 연계될 수 있도록 전사적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