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47〉사람을 배려하는 에이전틱 도시를 설계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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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인공지능(AI)이 모니터라는 차가운 유리벽을 깨고 나와 물리적 육체를 입은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 그리고 그 본질로서의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에 대해 논의했다. 도시는 이제 단순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의 의도를 읽고 반응하는 하나의 거대한 지능체로 진화하고 있다. 2026년 1월 22일, 대한민국은 AI 기본법의 전면 시행과 함께 기술이 실험 단계를 넘어 국가적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도시의 미래는 과연 누구를 향해 설계돼야 하는가.

여기서 도시의 미래는 극명하게 갈라진다.

한쪽은 효율성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방향이다. 싱가포르의 '버추얼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3D로 시뮬레이션해 건물 배치와 일조권을 최적화했고, 중국 선전의 '시티 브레인'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교통 정체를 완화하며 그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스마트시티 기술이 적용된 도시가 도로 정체를 약 23%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17% 절감하며 쓰레기 수거 동선을 40%까지 최적화했다는 성과는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는 성취다.

하지만 완벽한 효율성의 이면에는 묘한 불안이 서려 있다. 도시가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라면, AI 도시계획은 점차 데이터를 위해 최적화된 공간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 인간의 선택이 아닌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도시 속에서, 시민은 주체가 아닌 단지 '데이터 변수'로만 존재하게 될 위험이 크다.

도시계획은 역사적으로 늘 권력의 문제였다. 19세기 파리의 오스만 계획은 미학과 위생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시민 봉기를 막기 위한 '통제의 계획'이었다. 20세기의 근대 도시 역시 기능 중심으로 설계되며 인간의 다양성과 감성을 배제하곤 했다. 이제 21세기의 도시는 데이터 과학자와 알고리즘 엔지니어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와 OECD가 2025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스마트시티 전략의 최상위 원칙이 인권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포용이어야 함을 명시했다. 기술은 이 원칙을 구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효율의 유혹 앞에 서 있다. 진정으로 사람을 배려하는 '에이전틱 도시(Agentic City)'를 설계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반응형 관제'에서 '예측형 에이전틱 공감'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의 스마트시티가 CCTV와 센서를 통해 도시를 감시(Monitoring)하고 사후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면, 미래의 도시는 스스로 상황을 읽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 즉, 도시의 눈을 '모니터링'에서 '맥락 이해(Context Awareness)'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40%가 AI 에이전트를 탑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도시 행정 서비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진정한 에이전틱 도시는 픽셀 너머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이는 도시 공간지능을 갖춘 도시가 단순히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이 느끼는 불편함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횡단보도 앞에 섰다고 생각해보자. 기존 신호등은 정해진 30초만 깜빡이고 꺼진다. 하지만 공간 지능을 갖춘 도시는 그가 건너는 속도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보행 신호를 스스로 연장하고, 다가오는 자율주행차에 정지 신호를 보낸다. 이것이 기술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배려다.

시민이 나타났을 때 주변 환경이 그들을 돕도록 미리 반응하는 시스템, AI 도시의 본질은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불편함을 먼저 알아채고 조용히 해결해 주는 데 있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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