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열린 국제 자전거 대회에서 야생 캥거루가 갑작스럽게 코스로 뛰어들며 선수들과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국제 프로 사이클 대회 '투어 다운 언더(Tour Down Under)' 최종 스테이지 도중 캥거루 두 마리가 연달아 도로 위로 출현하면서 다수의 선수가 충돌 사고를 겪었다. 사고는 애들레이드 힐스 일대에서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전체 170km 코스 가운데 약 100km가 남은 시점에 캥거루 한 마리가 갑자기 도로로 뛰쳐나와 선두권 선수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담겼다. 잠시 뒤 또 다른 캥거루가 나타나면서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선수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며 “동물들이 선수 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든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중계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해설자는 “캥거루가 등장했다.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고 외쳤고, 또 다른 해설자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도 존재한다. 야생동물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구간은 대회 일정 중 가장 험난한 코스로 꼽힌다. 급경사 오르막과 애들레이드 힐스를 여덟 차례 도는 순환 코스가 포함돼 있었으며, 당시 기온은 섭씨 38도 이상까지 치솟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극심했다.
경기는 그대로 이어졌지만 충돌 여파로 부상을 입은 일부 선수들은 끝내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이탈했다.
현장에 나타난 캥거루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부상이 심해 안락사됐으며, 다른 한 마리는 추가 피해 없이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운영 책임자인 스튜어트 오그래디는 “기술적으로나 경기 구성 면에서 매우 뛰어난 스테이지였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모든 이목을 집중시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는 호주 출신 정상급 선수 제이 바인(Jay Vine)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레이스를 이어갔고, 결국 선두 자리를 지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바인은 현지 방송 채널7과의 인터뷰에서 “호주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늘 캥거루라고 답한다”며 “숲속에 숨어 있다가 멈출 수 없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상황이었지만 큰 부상이 없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바인은 신속히 재정비한 뒤 자전거를 교체하고 경기에 복귀했다.
이 장면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이보다 더 호주다운 상황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농담 섞인 목소리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자전거가 더 위험한 것 아니냐”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