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기업 성장 여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병목지점은 회수시장이다.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새로운 투자는 이어질 수 없고, 이는 곧 생태계 전체 순환을 멈추게 만든다. 그 중심에 기업 상장(IPO)이 있다. IPO는 자본시장으로 가는 가장 보편적인 출구이자, 기업 시장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IPO 시장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 문턱은 높아졌고, 심사는 경직됐으며, 실패에 대한 재도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상장이 늘었지만, 그 실질적 기능은 크게 위축됐다. 상장예비심사 탈락률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시장의 보수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에도 다수의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상장은커녕 심사청구조차 부담스러운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이런 흐름은 단지 상장기업 수 감소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창업자들은 IPO보다는 M&A 또는 해외 이전(플립)을 더 선호하게 되고, 이는 국내 생태계 내 자본 순환이 아닌 해외자본 유입에만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최근 들어 국내 스타트업이 나스닥 상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거나, 본사를 싱가포르·미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도 이 구조적 한계를 반영한다.
정부와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을 앞세우지만, 그 원칙이 혁신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은 직시해야 한다. 혁신 기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며, 일정 수준의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지 않고는 진보도 없다. 그런데도 상장 심사가 재무적 지표를중심으로 진행되고, 기술 평가의 일관성조차 불확실하다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 의지를 꺾게 된다.
현재는 특히 기술특례상장 심사 실효성 문제도 심각하다. 기술성장을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기술 평가 결과의 편차는 크고,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평가기관별 편차가 심해 상장예정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도전' 기회가 아니라 '절차적 탈락' 이유로 작용한다. 결국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제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상장 심사 중심을 기술 평가에서 기업 성장 전략, 연구개발(R&D) 투자 계획, 무형자산의 장기 비전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술특례상장은 재무성과보다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업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시 중심으로 시장 이해를 돕고,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장치 역시 강화돼야 한다.
지금 IPO는 더 이상 기회 사다리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벽이 돼버렸다. 상장이 본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손보는 것을 넘어, 그 철학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다. 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 드러내고, 그 가능성을 평가받는 하나의 '시장 진입권'이다. 회수시장을 복원하기 위해선 이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