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안보 시대, 韓 첨단바이오 경쟁력 '7개국 중 최하위'

Photo Image
중국에서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법을 이용해 당뇨병 치료에 성공해 화제다. 사진=게티이미지

세계 각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분류했지만, 인재와 소재부품장비, 선도기업 등에서 주요 경쟁국에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3일 발표한 '신흥안보 관점 바이오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중심으로 7개국(미국, 중국, EU, 일본, 영국, 스위스, 한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종합 경쟁력 4.81점(10점 만점)으로 최하위(7위)에 머물렀다. 1위 미국(9.61점)과는 두 배 차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를 승인하며 관련 산업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렸던 나라다.

기술적 경쟁력에서 한국은 5.18점(6위), 경제적 경쟁력은 4.38점(7위)였다. 특히 산업 생태계의 뿌리라 할 기술 조성 기반, 시장을 견인해야 할 선도기업 역량, 국가적 대응력을 좌우하는 글로벌 공급망 대응력 세 분야에서 모두 최하위권이었다. 보고서는 “한국 바이오산업은 사람도, 기업도, 소부장도 모두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가장 뼈아픈 문제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OECD 기준 생명공학 박사 배출 규모는 미국 8970명, 한국 1117명으로 격차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박사급 핵심 인력의 44%가 미국에 몰려 있는 반면,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연구비 비중도 불균형적이다. BT(바이오기술) 분야는 정부 의존도가 44.5%에 달해 민간 중심의 혁신 생태계로 전환이 더디다.

기술 트렌드와도 엇박자가 심각하다. 2019~2023년 전 세계 임상시험에서 미국과 중국이 집중한 분야는 유전자변형세포치료제다. 미국은 37.9%, 중국은 66.4%를 해당 분야에 투자한 반면, 한국은 13.3%에 머물렀다. 반대로 한국 임상의 68.9%는 이미 성숙 단계인 세포치료제에 쏠려 있다. 속도전이 생명인 CGT('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에서 '과거 지향형 R&D'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적 경쟁력은 더 엄혹하다. FDA 기준 승인된 46개 CGT의 제조기업 50곳 중 39곳이 미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핵심 소재·부품·장비는 더 취약하다. 세포배양 배지, 바이오반응기, 벡터 등 16개 핵심 품목 중 다수는 EU·미국이 과점하고 있으며, 한국은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 점유율 3% 미만 또는 0%다. 세포치료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TSI)는 -1.000으로 전량 수입 의존 상태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버틸 수 없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러한 취약성을 단기 대응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면서도 해법으로 '이원화 전략(Dual-track Strategy)'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EU 등 신뢰 가능한 선도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핵심 소부장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재 양성 시스템 전면 혁신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급화 △AI 기반 R&D 혁신을 통해 '기술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