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출범 한 달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 의제인 '새벽배송'부터 노동계와 쿠팡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서다. 새벽배송 시스템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노조와 체계 변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쿠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사회적 대화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3차 사회적 대화는 지난 2021년 있었던 1·2차 사회적 대화가 택배사로만 구성된 것과 달리 쿠팡·컬리와 같은 플랫폼 업체까지 참여하고 있다. 택배 기사 근무 체계만 논의했던 기존 대화의 틀을 새롭게 태동한 '플랫폼형 택배'까지 획일화해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본질 자체가 플랫폼인 쿠팡·컬리에 '새벽배송 금지'와 같은 체계 변화는 일방적인 족쇄를 채우는 일과 같다.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 구조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을 포함한 택배업계는 오는 28일 열릴 3차 회의를 앞두고 과로사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사회적 대화 첫 번째 의제인 '새벽배송', '주 7일 배송'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중재에 따른 것이다. 여당 중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한 달 동안 전혀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연내 결론 도출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택배사와 노동계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장기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쿠팡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민주노총은 '0~5시 심야 시간대 배송 금지'를 골자로 한 새벽배송 체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심야 시간대 연속 근무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노총이 쿠팡 새벽배송에 집착하는 이유는 업계 표준이 되고 있어서다. 쿠팡이 제공하는 새벽배송·매일배송 대열에 타 택배사까지 동참할 경우 과로사 문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개시했다.
반면 쿠팡은 시스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쿠팡은 모든 물류 체계와 인프라 운영을 메인 서비스인 새벽배송에 기반하고 있다. 게다가 쿠팡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2400만명에 달해 소비자 편익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판매자들은 물론 심야 시간 배송을 맡고 있는 쿠팡 소속 기사들마저 수입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중재자 역할을 맡은 국회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팽팽한 줄다리기 양상은 예견된 결과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의 근본적인 논의 구조가 과거 택배 시장을 규정하던 틀에 국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차 사회적 대화 기구에는 여당(국회)과 국토교통부(정부), 노동계, 소비자단체 그리고 주요 택배 사업자들이 참여한다. 이는 구조상 지난 1·2차 사회적 대화 기구와 동일하다. 이전까지는 택배 근무 체계에 국한한 논의가 오갔다. 택배기사 분류 작업 제외, 주 최대 60시간 근무 등이 당시 합의를 도출한 사안이다.
이번 사회적 대화가 이전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전통 택배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인 쿠팡·컬리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현 사회적 대화 어젠다는 새벽배송, 주 7일 배송 등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는 플랫폼 서비스 영역에 있다. 택배사이기 이전에 e커머스 업체인 쿠팡·컬리에게 배송 체계 변경은 서비스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심지어 컬리의 경우 주간 배송 없이 야간에만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노조의 강한 요구에도 쿠팡·컬리가 양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배경이다.
이른바 '플랫폼형 택배'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대화의 틀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용자(플랫폼 판매자) 측도 대화에 참여 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는 새벽배송 금지 논란에 대해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를 막아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고 직접적인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장에 있는 비노조 기사의 목소리도 비중 있게 담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약 10만명에 달하는 택배기사 중 노조에 가입한 기사는 약 8000명 수준에 그친다. 반면 약 60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택배기사 비노조연합은 이번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비노조연합은 경제 활동의 자유,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28일 3차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 2차 회의에서 택배기사 건강검진 확대 등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경우 △주 50시간 근무제 △주 5일 배송 체계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심야시간대 연속 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외부 용역 결과도 함께 공개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물류 혁신으로 평가돼온 새벽배송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대형마트 규제와 같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건강권, 노동권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적 조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