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유학생을 한국 사회에 기여할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정책이 '유치확대'에 치우쳐 있었다면 취업·창업·정주를 담는 '전 주기적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과 거주자에 대응해 전문 인력 취업비자 완화, 창업이민 종합시스템(OASIS) 등 각종 제도를 추진 중이다. 서울글로벌센터나 글로벌스타트업센터 등의 상담창구와 플랫폼, K-Work 매칭 시스템 등도 마련하며 지원 인프라는 양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유학생이 한국에서 일하고 정착하는 단계와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다. 외국인 유학생의 취·창업 과정에서는 졸업 후 '각자도생'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한정훈 세종대 원스탑서비스센터 팀장은 “기업은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하고 싶어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비자 전환하는 절차조차 대학과 기업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표준화된 '외국인 채용 가이드라인' 마련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발성으로 개최하는 취업·창업 박람회나 멘토링도 좋은 취지에 비해 실효성은 크지 않다. 횟수는 늘었지만 국적·전공·언어 수준을 고려한 맞춤 상담이 부족하고 이후 학생·대학·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부재하다.
대학 국제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해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며 “일회성 중심 접근이 아니라 유학생 진로 설계·기업 매칭·비자 행정까지 연결하는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길준 스튜바이저 대표는 “정부와 대학이 제공하는 취·창업정보 행정 시스템 등 기준이 큰 틀에서 이어질 수 있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며 “체류·취업 절차의 표준화도 필요하다. 실제 대학·지역·출입국마다 다른 기준 등이 외국인의 정주 의지를 꺾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유학생의 역량 증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로·한국어 교육을 넘어, 공모전·인턴십·경진대회 등 한국 학생이 스펙을 쌓듯 유학생도 역량을 검증받는 전담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 취업 관계자는 “유학생 업무는 보통 국제처에서 담당하는데, 취·창업 연계까지 대학의 역할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며 “최근들어 유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기조는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국내 학생은 스펙을 쌓는 기본 구조가 있지만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평가 기준과 검증 사례가 부족하다”며 “대학이나 정부에서 외국인 대상 공모전·인턴십 등 역량 검증 체계를 마련한다면 기업의 외국인 채용 문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대학은 외국인의 학업 성실도나 직무 역량, 한국어 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정부는 이러한 대학의 검증 결과가 기업 현장에서 공통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국가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 취·창업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유학생을 새로운 고객이자 잠재 인력군으로 바라보며 서비스를 확장하는 기업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북은행은 유학생 대상 대출·금융 수요가 증가하자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유학생 채용까지 연계했다.
한 팀장은 “기업이 유학생을 인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이고 흥미로운 변화”라며 “정부나 대학이 '유치 확대'에 머물지 않고, 기업과 함께 유학생이 한국에서 배우고 일하고 정착하는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전주기적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일부 졸업생이 기술창업비자를 위해 실제 창업과 무관한, 비교적 취득이 쉬운 '형식적 디자인권'에 시간을 쏟는 경우도 있고, 부동산 계약이 갑자기 불발돼 거주 불분명으로 귀국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검증·행정 절차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외국인 인재가 필요한 기업 수요를 연결해 정착을 돕는 전주기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