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들의 채용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명, 현대차그룹은 올해 7200명과 내년 1만명, LG는 3년간 1만명 채용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침체 국면에서 오래간만에 들려온 희망적 뉴스다.
이번 그룹사 채용 구상에선 국내 산업 구조의 개편을 엿볼 수 있다. 세부 차이는 있으나 모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클린테크, 미래차 등 첨단 분야 R&D 인력에 신규 채용 뜻을 내비치고 있다. 건설·설비·일반 제조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하는 첨단 분야에 그룹의 미래를 건 셈이다.

자연스레 일자리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서 산업 현장은 노동집약적 구조를 탈피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등장으로 컨베이어 벨트 노동자들의 모습은 한둘씩 보이지 않고, 콜센터 직원들도 채팅봇과 AI상담사로 대체 중이다. 한때 미래 일자리로 주목받았던 코딩 분야도 AI로 단순 코딩 업무가 대체되면서 초급 인력과 고급 인력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적 환경도 이런 변화에 불을 지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현장 안전관리와 인명 사고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이 커지고, 경영과 노동 사이 임금·단체협약 구조도 복잡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변수와 불확실성이 늘었고,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나아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피지컬 AI와 함께 로봇 시대도 빠르게 진입 중이다.
이미 많은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활약 중이다. 조립과 용접, 불량검사, 운송 등 많은 영역에서 자동화와 함께 로봇이 사용되고, 곧 휴머노이드 등장으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작업 현장이 구현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분야 최대 난제였던 손(그리퍼) 동작에서도 괄목할만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면서 그 미래는 우리 눈앞에 있다.
중소기업이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구인과 인력 이탈 부문에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로 인해 현장 안전관리자의 인건비가 치솟으며 관련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한 중소 제조업 관계자는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가 필수지만, 비용도 부담이고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제조AX 솔루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높아진 생활 수준만큼 요구 사항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안전한 노동 환경과 더 좋은 대우에 대한 기대도 커져갈 것이다. 법과 제도는 더욱더 인적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최근 노란봉투법 관련 하청업체의 임금체불 책임도 원청에 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인력 관리에 따른 변수와 고려 범위가 점점 커지면서 기업은 사람이 아닌 AI로봇에서 생산성 활로를 찾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고 있다.
어느새 인류는 새로운 전환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미쳐 느끼기도 전에 AI와 노동 그리고 제도의 삼각관계는 AX 시대로의 일방통행을 우리에게 강요한다. 안전한 일자리를 위해 노랑봉투법이라는 대책이 마련됐고, 기업은 AI와 로봇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