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는 '하드웨어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옛말에'쇠도 달구어야 두드린다'고 했다. 개혁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확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하드웨어 개혁' 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검찰이 오랫동안 자의적으로 행사해 온 법 해석과 기소 관행을 바꾸는 '소프트웨어 개혁'이다. 배임·직권남용·직무유기 같은 모호한 법 적용을 바로잡지 않고는 기업도, 행정도, 대한민국의 도약도 불가능하다.
'주가 5000 시대'는 단순히 증시 호황만으로 오지 않는다. 혁신에 과감히 투자하는 기업이 있어야 하고, 그 결정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법 체계는 여전히 기업인과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
검찰은 모호한 법 조항을 근거로 언제든 기소할 수 있고, 그 결과 기업 투자와 행정 결정은 위축된다.
한국의 배임죄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만 있어도 기소할 수 있다. 기업인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투자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사후에 검찰이 '손해 우려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한다. 재판에서 무죄가 나와도, 기업은 이미 평판과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는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두어 합리적 절차와 성실한 판단에 따른 결정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독일은 실제 손해와 고의가 입증돼야 하고, 일본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오직 한국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묶어둔다. 배임죄는 폐지하거나 최소한 '사익 추구를 위해 고의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좁혀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새로운 투자에 나설 수 있고, 주가 5000의 길도 열린다.
직권남용죄는 정치적 수사의 단골 메뉴였다. 장관의 인사권 행사나 정책 결정조차 검찰은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는 공직자들이 '혹시 직권남용으로 기소되지 않을까' 두려워 결정을 피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위축 효과'가 행정을 마비시킨다.
대법원도 최근 판결(대법원 2023.4.27. 2020도18296호)에서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려면 억지로, 그리고 법적으로 할 의무가 없는 일을 강제로 시킨 경우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정책을 추진하거나 인사를 단행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회도 이 기준에 맞게 법을 고쳐야 한다.
행정의 잘잘못은 선거와 정치적 평가로 다뤄져야 한다. 형사처벌의 공포로 행정이 멈춰서는 안 된다.
직무유기죄는 더 모호하다. 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검찰이 넓게 해석하면, 정책 실패나 인력 부족 같은 문제까지 기소할 수 있다. 법원은 무죄를 내리지만, 공직사회는 이미 움츠러든다.
미국은 행정적 징계나 정치적 책임으로 해결한다. 독일은 고의적 방치와 심각한 피해가 있을 때만 처벌한다. 일본은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한국도 형사처벌보다는 감사와 징계 제도로 다루는 것이 옳다.
이 세 가지 법률(배임죄·직권남용죄·직무유기죄)은 오랫동안 검찰이 자의적으로 휘둘러온 무기였다.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법이 모호한 한 검찰의 자의성은 계속된다.
검찰개혁은 수사권 조정이나 기소 분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호한 법을 고쳐야 한다.
기업인에게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보장하고, 공직자에게는 '정책결정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과감히 투자하고, 공직자는 소신껏 일할 수 있다.
주가 5000 시대는 두려움이 아닌 도전에서 열린다. 한국 사회가 더 높은 성장을 이루려면,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법의 잣대가 모호하고, 검찰이 언제든 자의적으로 기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모험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배임·직권남용·직무유기죄의 개혁은 경제정책이나 행정개혁의 주변 과제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여는 핵심 과제다.검찰이 자의적으로 휘둘러온 법적 해석과 기소 관행, 이 '운영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개혁이야말로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법의 불확실성을 바로잡는 일이 곧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그 혁신이 결국 국민의 부와 행복으로 돌아온다. 이것이야말로 주가 5000 시대를 향한 가장 확실한 토대다.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yeskjwj@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