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교 현장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정착과 시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고교 교사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의 학교 현장 실태 파악'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의 학교 정착 정도를 묻는 물음에 대해 '여러 여건이 불비됐으나 교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54.9%로 나타났다.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답변도 31.9%에 달했다.
반면,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나 비교적 정착되고 있다'(10.5%), '안정적으로 정착됐다'(1.5%)로 조사됐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교사 1인당 담당하는 과목이 늘어난 것도 교사들이 꼽은 어려움 중의 하나였다. 담당 과목이 3개(29.5%), 4개(5.9%), 5개 이상(1.7%)으로 조사됐다. 담당 과목이 늘면서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생부 기재 부담', '수업 준비 및 업무 부담', '시험문제 출제 부담' 순이었다.
학생 과목선택권 확대 방안 중 하나인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온라인학교 운영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은 '정규 수업시간 내 운영이 어려워 실질적 활용이 어렵다'(50.7%), '물리적 이동의 어려움이나 교내 디지털 인프라 문제가 크다'(19.5%), '학생들의 수요가 별로 없다'(10.5%)고 응답했다. 반면 '다과목 개설의 대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답변은 16.7%에 그쳤다.
교총은 “교사 확충 없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만 추진하면 학교 혼란, 교사 부담 가중을 넘어 학생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고교학점제의 성패는 다양한 교과를 가르칠 정규 교사 확충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 미이수제에 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학생의 수업 미이수를 막는 방안으로 마련한 보충지도의 어려움으로 '학생의 낮은 참여도와 부정적인 참여 태도'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방과 후, 방학 중 보충지도에 대한 교사 업무 과중', '수행평가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등 기본점수 최대 부여를 통한 형식적 운영' 순으로 나타났다.
과목별 출결 방식 변경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학교에서 출결 처리 방식이 정착됐느냐는 물음에 '정착되지 않은 편이다'(34.4%), '전혀 정착되지 않았다'(21.7%), '정착된 편이다'(38.2%), '완전히 정착됐다'(2.0%) 순이었다.
출결 처리 개선 방안은 전자출결(e-출석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어 '교과 담당교사와 담임교사 모두에게 출결 수정과 마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출결 사항에 대한 가독성 및 편의성 개선 등 나이스 체계를 세밀하게 개선해야 한다' 등이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 목적에 따라 정상 운영되기 위한 방안으로는 '최소성취수준 보장 제도 전면 재검토',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부담 완화', '다과목 개설을 위한 대폭적인 교원 증원', '출결 처리 NEIS 개선 등 제반 시스템 대폭 보완'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교사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생에게까지 피해를 초래한다”며 “교육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여건 불비 실태와 관련해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