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밝은 미소로 직원과 방문객을 맞이하는 주차관리인 박정석 씨(65).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시와 수필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왔다. 평범한 일상의 자리에서 시작된 글이었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단단한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박 씨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22년, 간 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시기였다. “이순의 나이에 접어들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고, 부평초처럼 짧은 제 인생을 돌아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그는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논문을 마치고, 창립 60년 만에 직원 개인으로는 최초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부총리급) 표창을 받으며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지만, 연이은 호사다마의 시련 속에서 오히려 '감사'라는 단어를 붙잡게 됐다고 고백했다.

문예계간지 '시와창작'을 통해 시와 수필 부문에서 동시에 등단한 박 씨는, 간암 2기 초기 진단 이후에도 치료와 집필을 병행하며 “삶이 곧 시가 되었고, 수필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는 하루를 단단히 버티게 한 등불이었다”고 덧붙였다.
'감사의 거울'은 단순한 글 모음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성실이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박 씨는 서문에서 “시를 시답게, 수필을 수필답게 쓰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며, 결론부에서는 “책이 슬픔과 격랑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박 씨는 늘 성실하고 정중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해왔다. 그가 주차장 한편에서 보여준 미소와 인사는, 이 책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감사의 거울'은 단지 시집이나 수필집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성실하게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자서전이다.

한편 현재 '감사의 거울'은 국회도서관을 비롯해 전국 주요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 130여 곳에 비치되며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