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1~3기에 해당하는 조기 유방암 환자가 치료와 투병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손실이 1인당 최대 750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 시에는 최대 8813만원까지 경제·정서적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강대학교 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 유현재 교수 연구팀은 한국노바티스 후원을 받아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의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고찰 연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연구는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1~3기 조기 유방암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조기 유방암 환자의 평균 경제적 손실비용은 최소 3897만원에서 최대 7507만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비용에는 직접 의료비뿐 아니라 치료로 인한 근로 중단, 가사노동 손실, 자녀 보육비, 교통비, 간병비 등 간접비용이 포함됐다.
환자가 유방암 재발을 경험한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재발 환자는 재발이 없는 환자보다 평균 약 29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더 겪었고, 총 손실액은 최대 8813만원에 이르렀다. 특히 생산성과 가사노동 손실 등 간접비용은 재발 환자에서 1.8배 높게 나타났다.
유방암 진단 시 병기 역시 경제적 부담을 좌우했다. 병기가 높을수록 직접·간접비용이 모두 증가했다. 3기 환자는 1기 환자에 비해 평균 약 2400만원, 2기 환자보다 약 1900만원의 간접비용을 추가로 부담했다. 전체 경제적 손실에서는 1기와 3기 환자 간 약 3922만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삶의 질 역시 경제적 손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재발 우려는 환자의 76.7%가 공감했으며, 삶의 질이 낮다고 평가한 환자군에서는 평균 약 1062만원의 추가 간접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휴직제도 활용이 어렵거나 가족·정서적 지지 기반이 부족할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유현재 서강대학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조기 유방암 환자의 직접적인 의료 지출 외에도, 여성의 경력 단절에서 오는 소득 손실, 간과되는 주부의 가사노동 손실비용 등 간접적인 영향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재발은 정서적, 경제적 충격을 모두 증폭시키는 기제로, 여성의 경력 단절, 가정 내 역할 수행의 어려움 외에도 고립감, 우울감, 자존감 저하 등 정신건강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복합적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의료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방암 환자는 약 3만명으로, 여성암 발생 1위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약 46.5%는 폐경 전(50세 미만)에 발병한다. 조기 유방암 환자의 5년 재발률은 17.7%로, 치료 후 20년 이상까지 장기적인 재발 위험이 존재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