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삼성바이오 지배구조 개편, 초격차 승부수 던졌다

삼성바이오의 지배구조 개편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초격차'를 위한 선택인 동시에 그룹 차원의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성장을 넘어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한 발판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외연 확장을 동시에 꾀하는 승부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를 완전 분리한 것은 회사 성장에 따라 필수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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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9년 만인 2020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넘어섰다. 세계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글로벌 CDMO 생산능력은 선두에 올랐다.

2012년 설립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제품을 출시하며 빠른 시간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1조5377억원, 영업이익 4354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두 회사가 성장을 거듭할수록 글로벌 시장 견제도 심해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성장할수록 CDMO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졌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이 많아지면서 모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CDMO 사업을 맡기는 게 불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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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법인구조 변화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 부사장은 “두 기업이 모회사-자회사 관계로 묶여 있으니 동일한 실체로 생각하는 고객사가 많았고,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객의 우려를 해소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면서 “개발과 생산이라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 구조도 기업가치 측면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분할로 고객사의 잠재적인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글로벌 톱 40대 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 실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엔 CDMO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시장가치까지 희석되다 보니 온전한 투자 판단을 내리기 쉽 지 않았는데, 인적분할로 투명한 판단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적분할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극 제안하고, 그룹에서 승인한 지배구조 개편인 만큼 그룹 차원의 육성의지를 재확인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연매출 5조원 돌파를 노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5공장을 가동하면서 78만4000리터(L) 규모의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2032년까지 3개 공장을 추가해 총 132만4000L까지 확대하며 '바이오 제조 초격차'를 실현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면역학, 종양학, 안과학, 내분비학 등 총 11종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으며 20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 특성을 고려한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 정립이 중요하다고 판단, 그룹을 설득해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자체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유 부사장은 “이번 인적분할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적인 환경, 배경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면서 회사 자체에서 발의한 안건”이라며 “이번 분할로 2025년 가이던스에 대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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