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베트남·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3개국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저작권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베트남·태국·필리핀 정부와 저작권 세미나 및 정부 간 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의 저작권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선진 기술을 전수,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가 제대로 보호받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동남아 3국, 韓 제도 배우러 한자리에…아시아 저작권 협력 본격화
문체부는 2007년 태국 방콕에 저작권사무소를 처음 개소한 이후 베트남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에도 상주 사무소를 설치해 10년 넘게 동남아 3개국과 밀접한 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
이번 회의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3개국이 동시에 서울을 찾은 두 번째 다자 협력 사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각국의 저작권 집중관리제도와 보호정책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베트남은 집중관리단체의 전문성 강화, 태국은 집중관리단체 관리 감독 체계 개선, 필리핀은 집중관리 영역의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온라인 저작권 침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라는 공통 과제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 필요성에 공감했다.
21일 한국과 3개국 간 국장급 회의를 열고 실질적 협력 방안도 협의한다. 베트남과는 저작권 등록 등 시스템 디지털화, 태국과는 저작권 인식 제고 공동사업, 필리핀과는 불법유통사이트 차단 권한을 활용한 침해 공동 대응을 중심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K저작권 모델 새겨 K콘텐츠 합법유통”
한국과 동남아 3국은 저작권 분야 교류를 지속 확대하고, 각국의 보호 시스템 개선을 지원해 현지에서의 K콘텐츠 불법 유통을 억제하고 합법 유통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누사라 칸자나쿨 태국 지식재산청장은 “한국의 강력한 저작권 보호 경험과 태국의 성장하는 창작 산업이 결합한다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합법 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요 기업 간 라이선스 계약, 공동 플랫폼 운영 등을 통해 콘텐츠 유통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력이 저작권 인식 제고와 제도 개선에 효과적이었다”며 “향후에는 AI 콘텐츠 침해 대응, 창작 프로젝트 협력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짠 황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도 “한국과의 협력은 베트남의 저작권 인식 제고와 법제 정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보호 집행 측면에서 한국의 경험이 큰 참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앤 클레어 카보찬 필리핀 지식재산청 부청장은 “각국이 현실적 과제와 해법을 솔직히 공유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저작권이 국가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도 저작권 생태계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의 저작권산업은 2022년 기준 약 3200억 달러(약 445조 8880억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동남아 3국 역시 창의산업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은 음악 저작권 분야만으로도 2024년 약 1500만 달러를 징수했다. 태국은 2023년 창의산업 규모가 GDP의 8.0%(약 400억 달러)에 달했다. 필리핀도 2024년 창의경제가 GDP의 7.3%(약 340억 달러)를 차지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