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표현이 어려운 '최소 발화 자폐 아동(MVA)'과 부모 간 대화를 유도하는 인공지능(AI) 소통도구가 개발됐다. 연구에 참여한 가족들은 “처음으로 아이와 진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홍화정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이 네이버 AI랩, 도닥임 아동발달센터과 협력, AI 기반 소통도구 '액세스톡(AAcessTalk )'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세계 최고권위 국제학술대회 ACM CHI 2025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존 보완대체 의사소통(AAC) 도구들은 제한된 카드 소통만 지원해 아동 관심사나 미묘한 감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AI 기술을 활용해 아동 관심사와 상황 맥락을 반영해 개인화된 단어 카드를 실시간 추천하고, 부모에게는 상황에 따른 대화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했다.
특히 아동의 소통 주도권을 강화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큼직한 '대화 전환 버튼'을 통해 아동이 대화를 시작하거나 종료할 시점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엄마는요?”라는 질문 버튼을 눌러 부모 생각을 먼저 물을 수 있다.
2주간 11 가정을 대상으로 진행된 현장 연구에서 부모들은 AI가 제공하는 대화 가이드를 통해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던 소통 패턴에서 벗어나 보다 풍부한 대화를 경험했으며, 아동 역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주도적으로 대화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양육자는 “아이가 예상치 못한 단어를 사용해 놀랐으며, 이를 통해 아이의 언어 능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홍화정 교수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AI가 단순히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가족 간의 진정한 연결과 이해를 촉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팀은 앞으로도 신경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람 중심의 기술 개발에 지속해 나갈 계획이며,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 기술 적용과 사용자 경험 기반의 연구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최다솜 KAIST 산업디자인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네이버 AI 랩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며 얻은 결과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