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감정을 가지고 노는 가수’ 바비킴의 6년 만의 귀환

Photo Image
바비킴, 사진=어트랙트

가수 바비킴이 얼마나 대단한 음악가인지는 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994년 닥터레게로 데뷔한 그는 90년대 가요계 랩 피처링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고, 한국 가요계 한 페이지를 장식한 브로스와 무브먼트 크루의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또 3인조 힙합그룹 부가킹즈를 결성해 활동하며 한국 힙합의 계보에 빠질 수 없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더 대단한 건 솔로 활동이다. 2004년 첫 솔로 앨범 ‘Beats Within My Soul(비츠 위딘 마이 소울)’을 발매한 바비킴은 타이틀곡 ‘고래의 꿈’이 큰 히트를 기록하며 래퍼가 아닌 보컬리스트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색있는 창법과 보컬톤을 앞세운 바비킴은 이후로도 ‘일년을 하루같이’, ‘사랑..그 놈’, ‘Let Me Say Goodbye’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한국 소울의 대부’라는 명성을 거머쥐게 된다.

즉 바비킴은 한국 힙합의 태동기부터 함께 해온 역사의 산증인이자, 래퍼와 보컬리스트로서 모두 정상을 맛본 몇 안 되는 음악가인 것이다.

그런 바비킴이 새롭게 선보이는 EP ‘PART OF ME(파트 오브 미)’는 2019년 작 ‘Scarlette(스칼릿)’ 이후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이다.

자연스럽게 그 안에 어떤 음악과 이야기를 담았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PART OF ME’에 관한 이야기를 바비킴에게 직접 들어 보았다.

일단 ‘PART OF ME’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Scarlette’과 ‘PART OF ME’의 사이 바비킴은 결혼해 가정을 꾸리게 됐고, 이를 통해 얻은 감정을 앨범에 수록됐다.

바비킴은 “결혼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음악에 많이 담았다. 다만 현재 나의 상황을 쓰면 다 반려자를 위한 노래밖에 안 나올 것 같아서, 듣는 사람이 질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옛사랑도 좀 떠올리며 쓴 곡도 있다. 아내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옛사랑을 잊지 못한 건 아니라고 잘 해명했다. 사랑과 만남, 이별을 많이 담은 앨범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과 관련해서도 “이번 작품은 만드는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있었고, 결혼하고 달라진 생활 방식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원래는 주로 밤에 작업하고 그랬는데 이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작업시간을 낮으로 바꾸는 데까지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바비킴은 앨범에 수록된 곡 하나하나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수록곡 5곡 중 4곡은 발라드고, 1곡은 레게 장르다. 타블로와 개코, 박선주, 주비트레인 등 친분이 있는 동료들이 많이 참여했고, 특히 4번 트랙이자 유일한 레게곡인 ‘달빛 세레나데’는 아버지가 트럼펫 피처링에 참여했다. (※바비킴의 아버지 김영근 씨는 MBC 관현악단 출신 트럼펫 연주자다) 작곡은 내가 다 했지만, 작사는 나와 친분이 있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맡겼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잘 풀어내 준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Photo Image
바비킴, 사진=어트랙트

그중 타이틀곡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 작사가,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한 박선주가 작사한 곡이다. 여기에 제목의 ‘그리고 3일’도 박선주의 아이디어다.

바비킴은 “처음에는 제목이 ‘사랑을 흘리다’였는데 박선주가 ‘그리고 3일’을 붙였다. 이별 노래지만, 그 끝에는 희망이 있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박선주가 잘 아는 장르기도 하고, 가사도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것 같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내가 원래도 전형적인 발라드를 쓰는 타입은 아닌데, 이번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은 내가 쓴 곡 중 역대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 흐름이 그렇다. 여태까지는 훅 위주였는데, 이번 곡은 멜로디의 업&다운이 많다”라고 곡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처럼 바비킴의 자신감이 꽉 찬 ‘PART OF ME’와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이지만, 그의 오랜 팬이라면 특유의 리드미컬한 곡을 듣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을 법도 하다.

이에 바비킴은 “내가 하고자 하는 장르가 많다. 이번에 사랑에 관한 앨범을 만들다 보니 잔잔하고 발라드 냄새가 많이 묻어나는 곡이 나왔다”라며 “지금도 다른 장르의 곡을 계속 쓰고 있고, 올해 또 새 작품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미니가 될지 싱글이 될지 모르겠지만, 쭉 작업하고 있다. 블루스, 로큰롤같은 경쾌한 곡도 있고, 다른 레게 곡도 있다. 이번에는 발라드 위주로 쓰다 보니까 재미를 주기 위해서 리듬감 있는 노래들을 쓰는 중이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 바비킴은 “사실 ‘사랑 그놈’은 부르기 싫었다”라는 깜짝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비킴은 “나는 개인적으로 리듬감이 있는 곡을 선호한다. 원래 랩과 힙합, 레게를 했던 사람이라 그렇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발라드를 계속 부르게 되더라. OST 섭외가 들어오기도 하고 대표가 발라드를 좋아하기도 해서 그렇다. ‘사랑..그 놈’도 대표 아이디어였는데 나는 솔직히 하기 싫었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설득에 넘어갔다”라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의 말대로 바비킴은 레게와 힙합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때문에 그가 다시 래퍼로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을 기대하는 팬도 많다. 하지만 바비킴의 답은 ‘어렵다’였다.

바비킴은 “나는 음악을 만들 때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편이지만, 랩은 유행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올드한 랩이 된다. 요즘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많은 교류를 하고 공부를 해야, 될까 말까다.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많이 만들어보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피드백 받고… 그렇게 다시 쌓아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래퍼 바비킴’의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바비킴은 더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앨범이 나온 만큼, 바비킴은 올해 최대한 활발한 활동을 할 각오다.

바비킴은 “앨범이 나오는 시기가 빨라질 것이다. 원래 앨범의 텀이 길었지만, 이제 음반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제 팬들이 안 기다리게끔 계속 작업도 하고 콘서트도 하려고 한다. 올해는 크든 작든 꼭 공연을 하려 한다. 소규모 콘서트에서는 얼굴을 마주 보며 노래하는데, 내 노래를 듣고 힘을 냈다고 하면 행복하다”라고 끊임없는 활동을 약속했다.

여담으로 바비킴에게는 무대에 자주 오르려는 또 한 가지의 소소한 이유가 있었다.

바비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노래는 ‘고래의 꿈’이다. 이 곡이 나의 대표곡이라고 생각한다. 콘서트에서도 ‘고래의 꿈’을 부르면 다 같이 따라 불렀는데, 요즘에는 많이 안 따라 부르더라. 그럴 때 세대 차이를 느낀다. 그러면 어색하게 기지개를 켜는 척 얼른 마이크를 내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젊은 애들에게 물어보면 ‘부모님이 좋아했다’고 하고, 예능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어필을 해야 ‘아 가수였구나’라고 알게 되더라. 결국 가수는 계속 신보를 내고 얼굴을 비춰야 한다. 나도 예능이면 예능, 음악이면 음악, 최대한 많이 나가서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바비킴이 자신의 전성기를 뛰어넘는 공전절후의 히트곡을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비킴은 그저 마음이 가는 곡을 쓰고 싶다고 했다.

바비킴은 “누구나 자신의 히트송을 이길 수 있는 곡을 바란다. 그런데 그걸 생각하면 욕심만 생기고 망설이다가 결국 무너지게 되더라. 그래서 나는 생각 없이 곡을 썼다. 이번 앨범은 잔잔한 음악이라서 배경음악으로 깔아서 들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내 “노래방 차트에서는 10위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 1위를 하면 좋겠지만 10위 안으로만 노리겠다. 그리고 빌보드 차트에서 890위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거듭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바비킴은 정말로 이런 숫자나 성적을 목표로 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아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활기차고, 감정을 갖고 놀 수 있는 음악가이자 가수였으면 좋겠다”라고 진짜 목표를 밝히는 것으로 이날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족 : 바비킴은 어린 시절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가, 샌프란시스코가 그의 실질적인 고향이다. 이날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모자를 쓰고 있었고, 그것을 본 바비킴은 반가워하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 메이저리거 이정후 선수에게 “아버지 이종범도 그렇고, 이정후도 야구팬으로 너무 자랑스럽다. 나의 고향 샌프란시스코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다치지 말고, 또 유명해질수록 나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을 조심하고 오랫동안 활약하길 기원한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Photo Image
바비킴, 사진=어트랙트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