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적 한계로 디지털 보험사들이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험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지속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유럽집행위원회(EC)는 보험사 건전성 제도(Solvency Ⅱ, 솔벤시2) 면제 대상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소형단순보험회사' 기준도 신설했다.
이는 솔벤시2 설계때 반영된 논리인 '비례성 원칙'을 준수, 소형 보험사 규제비용을 완화해 주기 위한 조치다. 비례성 원칙은 규제 목적과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규제 수단 사이에 비례관계가 성립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닭 잡는데 소 칼을 사용하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유럽 소형 보험사들은 자산과 영업 규모 등에 따라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소형보험사 입장에선 대형사 수준으로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을 공시를 기준으로 유럽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소액단순보험회사에 해당되며, 카카오손보는 솔벤시2 미적용 대상이다.
우리나라도 비례성 원칙에 따라 건전성 제도(지급여력제도, K-ICS)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럽 대비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험부채나 자본 산출시 간소화된 방식(간편법)을 허용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디지털 보험사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가 시장에 다양성과 소비자 편익, 혁신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등 순기능이 있음에도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은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회사 동향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보험사가 수익성을 높여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면과 온라인 채널 연계 모집, 판매비중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디지털 보험사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사안으로 꼽힌다. 현재 디지털 보험사는 소비자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CM(온라인)과 TM(텔레마케팅) 등 비대면으로 모집해야 한다.
비율을 조정해 일부 대면 모집을 허용하거나, 소비자가 원할때 온라인에서 설계사를 연결해 보험상품을 소개·권유하는 방식 등 디지털 보험사 도입 취지를 헤치지 않는 수준에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계약 기간이 짧은 특성을 고려해 자산운용전략을 수립하는 등 디지털 보험사 자체적인 노력도 필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 보험사 존재감이 적긴 하지만 적자를 지속하다 사라지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향후 신규 플레이어 유입까지 제한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