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애순으로 사랑 채운 현실 금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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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일찍 결혼해 22세때 저를 낳으시고 생활력 강하게 살아오신 저희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한 사람이 살면서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꼈다” 배우 문소리가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으로서의 삶으로 돌이켜본 바를 이같이 말했다.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주연 문소리와 만났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과 '팔불출 무쇠' 관식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문소리는 극 중 장·노년 시절 애순을 맡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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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아이유의 청년기 호흡을 이어받은 문소리의 애순 캐릭터는 흔들리지 않는 순수단단함과 '함께'하는 삶의 힘을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현실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관식(박해준 분)과의 우직한 사랑부터 금명(아이유 분)·은명(강유석 분)을 향한 순수한 애정, 동네 해녀이모들과의 유쾌따뜻한 호흡까지 현실적인 선한 연결들을 직접 비추는 모습과 함께, 현실생존 앞에 쌓인 생활력과 함께 50년 넘게 간직해온 솔직순수한 시심(詩心) 등 인간 오애순으로서의 단단한 면모까지 담백하고도 묵직하게 그려내는 모습이 대중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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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문소리는 특유의 솔직유쾌한 모습과 함께, '폭싹 속았수다' 애순으로서의 삶을 되짚었다.

-공개소감?

▲너무나 많은 분들이 휴지더미 가득한 사진들과 함께 잘 봤다고 말씀주셨다. 연기생활 가운데 긴 시리즈로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게 흔치 않은 경험이라 좋다.

-부모님, 딸의 반응?

▲어머니는 우시면서 보셨을 것 같고, 아버지는 메시지로 '이런 작품 보여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딸은 처음에는 울었다가 제가 나오니까 눈물이 안났다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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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 계기?

▲특정 장면이나 대사보다 대본 전반이 지닌 힘이 컸다. 다 보고 눈물을 닦으며 아무 조건 없이 무엇이는 해야겠다 생각했다

-애순캐릭터의 포인트?

▲대본 흐름만으로 이미 애순과 관식이 만들어졌고, 현장세팅과 배우조합까지 집요하게 골라낸 감독님의 연출로 잘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현실적이면서도 순수한 애순의 이미지를 하나로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노년 애순 연기의 비하인드?

▲특수분장 하시는 분의 조언과 함께 평소보다 스킨케어 제품을 덜 발랐더니 늙는 속도가 다르더라(웃음). 그와 함께 체력적으로 힘들었는지, 여수에서 막바지 촬영으로 찍은 요양원 애순이 선생님 신 이후 독감에 걸려 많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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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짝 말라있는 관식 옆에서 뭘 먹기도 어렵기도 했다. 그것이 겹쳐지니까 더 노화된 것 같다.(웃음). 화면으로 본 첫 노년연기와 함께 실제 나이가 들면 저렇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세대인 애순과 본인 세대인 금명, 두 캐릭터 중 더 애착이 가는 부분은?

▲실제는 금명과 비슷하겠지만, 단연 애순에게 애착이 컸다. 주변 지인들에게 매일 촬영장 간다는 말을 '살림하고 와야지' 할 정도로 제 현실 삶들이 녹아있다.

수건이나 이불 개는 것부터 김밥 마는 것까지 하나하나가 그렇다. 또한 현숙(이수경 분)이가 손자 업었는데 자꾸 흘러내린다고 해서 실제 포대기를 묶어주기도 하고, 진짜로 살림하는 느낌이었다(웃음)

-실제 본인과 같은 금명의 모습, 문소리의 시선에서 어땠나?

▲엄마나 집안의 어려움을 알고 너무 빨리 철이 들어간 점이나,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해나가는 것에 공감이 갔다. 그와 함께 제니엄마(김금순 분)에게 나쁜 일을 당하면서도 말을 못하는 장면 등 당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나 감정표현들을 잘 하지 못함에 안쓰러웠다. 실제 금명과 같은 딸이었어서, 지금도 그러지 못해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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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의 삶을 보며 느낀 점?

▲일찍 결혼해 22세때 저를 낳으시고 생활력 강하게 살아오신 저희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노력했던 부모님의 생각이 났다. 또한 사람이 살면서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꼈다. 엄마 광례(염혜란 분)의 깜짝등장 신부터 동네 사람들이나 해녀이모들,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관식, 자식까지 서로 다른 사랑이나 관계의 모습들이 삶을 살게 하는 것 같다.

-박해준(관식 역), 아이유(청년 애순, 금명 역)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선 박해준 배우는 작품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봐왔던 사람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든든히 버텨주는 그의 모습에 많이 의지가 됐다.

아이유 배우와는 서로 소통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나갔다. 먼저 촬영한 부분들을 보고 소통하면서 배우로서 아이유의 매력과 함께, 사람 이지은으로서의 당당함과 책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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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애순을 비롯한 많은 여성배우들의 등장으로 꾸려진 서사에 따른 생각?

▲주인공을 비롯한 여성배우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단순히 '여성서사'라고 보기 보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다양한 인물서사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양관식이나 부상길(최대훈 분)의 모습은 물론, 은명(강유석 분)의 서사를 보고 공감해서 우는 분들도 많더라. 각자 마음을 기대는 포인트들이 다양한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얻은 것들?

▲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이야기도 너무 많이 듣고, 이런 작품을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또 나의 부족한 점, 더 나아갈 지점들을 가르쳐준 것 같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