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J팝은 요네즈 켄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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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usuke Yamatani

최근 국내 음악시장에서 주목할만한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J팝의 인기다.

J팝이 인기를 얻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많은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는 지점은 바로 숏폼 미디어의 확산이다.

다양한 숏폼 챌린지의 배경음악으로 J팝 곡이 사용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J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것이 인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아소비(YOASOBI)나 이마세(imase) 등이다.

물론 J팝의 급격한 확산과 인기 상승에 이들이 큰 기여를 한 게 맞다. 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먼저 판을 깔고 J팝의 인식을 바꿔놓은 아티스트는 요네즈 켄시(米津玄師)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본의 음악시장은 요네즈 켄시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과거 J팝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쟈니즈와 AKB 계열의 아이돌이나, 피코타로의 ‘PPAP’처럼 독특한 펀송을 먼저 떠올린 것이 사실이다.

요네즈 켄시는 J팝을 향한 이런 편견을 깨트린 장본인이다. 그는 인터넷 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며 J팝의 세계화를 이끌어 냈다.

이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요네즈 켄시의 대표곡인 ‘Lemon(레몬)’은 J팝 음악 중 사상 두 번째로 유튜브 2억 뷰를 달성했으며, 이후 3억 뷰부터 9억 뷰까지 J팝 뮤직비디오 최초 돌파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또 ‘Lemon’은 현재 모든 J팝 곡 중 가장 높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J팝 사상 최초로 10억 뷰 돌파도 유력한 상황이다.

일본의 음악시장이 아무리 세계 2위 규모라고 해도 이는 전 세계적인 인기가 동반되지 않으면 절대 기록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Lemon’ 이전에 먼저 2억 뷰를 돌파한 첫 번째 뮤직비디오가 음악보다는 콩트에 가까운 피코타로의 ‘PPAP’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튜브 시대에 음악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첫 번째 J팝 아티스트는 요네즈 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요네즈 켄시는 원히트원더도 아니다. ‘Lemon’과 더불어 유튜브 1억 뷰 이상을 기록한 곡은 ‘打上花火(우치아게하나비)’, ‘アイネクライネ(아이네 클라이네)’, ‘LOSER(루저)’, ‘ピースサイン(피스 사인)’ 등등 13곡에 달한다.

즉, 요네즈 켄시 등장은 ‘또 쟈니즈, 또 AKB’가 아니라 J팝 신에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가 많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앞서 J팝을 요네즈 켄시 이전과 이후로 나눈 이유다. 그 요네즈 켄시가 드디어 한국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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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usuke Yamatani

22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는 요네즈 켄시의 월드투어 ‘KENSHI YONEZU 2025 WORLD TOUR / JUNK’의 첫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요네즈 켄시의 라이브는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요네즈 켄시는 그 인기와 명성에 비해, 직접 외부에 모습을 비추는 것을 극히 꺼리는 아티스트다. 이에 TV 출연은 물론이고, 콘서트도 잘 개최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도 라이브 콘서트를 보기 어려운 아티스트로 꼽힌다.

그런데 그런 요네즈 켄시가 뜬금없이 월드투어를 발표하고, 바다 건너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 반갑고 즐거우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또 그렇게 이어진 공연에서 새삼 느낀 점은 압도적인 몰입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요네즈 켄시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성’이다.

요네즈 켄시는 딱히 장르를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지만,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항상 놓치지 않는 특징이 ‘누가 들어도 듣기 좋은 곡’이다. 요네즈 켄시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던 비결이다.

그리고 요네즈 켄시의 이와 같은 대중성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자연스럽게 탁월한 몰입감으로 이어졌다. 대단한 퍼포먼스나 특수효과 없이도 요네즈 켄시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히 그의 라이브에 집중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덕분에 요네즈 켄시의 첫 내한 공연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공연이 끝난 이후 그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울 만큼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는 증거다.

더불어 이날의 라이브 콘서트는 공연 외적으로도 칭찬할 부분이 많았다. 일단 요네즈 켄시의 내한공연은 지금까지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관람한 모든 공연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국내 최정상급의 사운드와 관람 시야를 자랑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지만, 앞선 일부 공연은 사운드 세팅의 문제로 관람 퀄리티를 저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요네즈 켄시의 공연은 완벽에 가까운 마이크와 밴드의 볼륨 레벨은 물론이고 실내 공연장의 특성상 발생하는 잔향도 최적으로 제어해 최상의 라이브 퀄리티를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요네즈 켄시가 이번 공연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을 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방문할 때 자주 논란이 됐던 D구역 주차장을 오픈해, 현장을 찾은 관객이 보다 쾌적하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러한 요네즈 켄시의 음악적 특징과 이를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결합되며, 이날의 라이브는 확실히 음원으로 감상하는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음원으로 듣는 것이 유명 박물관에 전시된 귀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라면, 라이브 무대는 오지 깊숙한 곳에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아내 그 안에 든 보물을 발굴한 느낌이랄까.

종합하자면 이번 요네즈 켄시의 내한 공연은 개최 소식 그 자체만으로도 음악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벤트였고, 실제 펼쳐진 라이브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꼭 J팝 팬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봐야 할 공연의 리스트 상단에 올려도 좋다고 자신 있게 추천할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이날 요네즈 켄시는 공연 말미 “반드시 다시 올 테니까, 또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요네즈 켄시라는 아티스트의 특성상 저 ‘다시’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번 공연을 놓쳤다면 다음 내한 공연은 반드시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로 후회 없는 선택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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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usuke Yamatani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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