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산하 벤처캐피탈(VC)들이 지난해 투자를 더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혹한기' 속에서 금융권이 스타트업 성장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더브이씨와 금융지주를 종합하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산하 VC 총 투자금액은 약 31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3년 약 2900억원보다 2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4대 금융지주 VC 중 가장 많이 금액을 늘린 신한벤처투자는 지난해 2023년 731억원에 비해 5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약 12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건수도 2023년 26건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30건을 기록하며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과 같은 수준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신한캐피탈에서 운영하던 펀드를 2023년부터 신한벤처투자로 이관하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돼 투자에 탄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나벤처스와 우리벤처파트너스도 각각 지난해 투자 금액을 100억원 이상 늘리며 스타트업 씬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KB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해 9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스타트업에 투자해 누적 투자액이 1조원(9041억원)에 근접하는 등 4대지주 VC 중 1위(누적 기준) 자리를 지켰다.
더브이씨 등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2021년 17조9000억원, 2022년 15조3000억원, 2023년 7조6000억원, 지난해에는 6조800억원대로 급감했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가운데 금융지주 VC가 '보루'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금융지주는 VC 투자와 연계해 디노랩(우리금융), 이노베이션허브(KB금융), 퓨처스랩(신한지주) 등 자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스타트업 지원에도 다각도로 나서고 있다. 디노랩은 지난해 33개 지원업체를 선발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KB이노베이션허브 역시 지난해 12월 기준 300개 기업을 지원하며 2023년(212개 업체)에 비해 덩치를 크게 늘렸다.
투자 영역이 산업 전체로 확대되는 것도 눈 여겨 볼 지점이다. 4대 금융지주 VC는 지난 한 해 헬스케어·인공지능(AI)·로봇 등 혁신산업 전반에서 폭 넓게 투자를 집행했다. 주로 금융·IT 솔루션에 집중하던 출범 초기에 비해 운신 폭을 대폭 넓힌 것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아폴론·엘엔로보틱스·알지노믹스·이모코그·엔파티클·알데바·핀테라퓨틱스 등 10여개 바이오·의료 업체에 투자했다. 전체 투자기업 중 약 30%를 바이오 기업에 할애했다.
신한벤처투자도 같은 기간 아플라이트·오토딧·뷰런테크놀로지·포엔·키프토우주항공·빈센 등 우주항공·자동차 관련 기업에 다수 투자했다.
금융지주 VC 관계자는“단순 투자를 넘어 육성 프로그램 도입이 더 정교해지는 등 산업 전반에서 금융권 VC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