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뎅기열 확산세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가 이를 가속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김재경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치프 인베스티게이터·KAIST 수리과학과 교수)팀이 필리핀 기온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가 뎅기열 발생 증가와 밀접함을 자체 개발한 수학 모델로 밝혀냈다고 전했다.
뎅기열은 모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 감염 사례만 2000년 50만 명에서 2019년 52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상 고온, 극단 강우 현상이 모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서다.
다만 관련 이해는 제한적이다. 특히 강우 영향은 논쟁거리다. 많은 강우량이 뎅기열 발병을 유발한다는 결과, 억제한다는 결과가 상존한다.
제1저자인 올리비아 카위딩 연구원은 “이런 모순된 결과는 기존 연구가 기후와 뎅기열 간 상호작용을 단순 상관관계나 선형 회귀 모델에 기반해 분석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비선형적이고 복합적인 기후 요인 영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개발한 인과관계 추정 방법론인 'GOBI(General ODE-Based Inference)'를 활용해 2015~2019년 필리핀 16개 지역 기후 및 뎅기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기온 상승이 뎅기열 발병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강우량은 지역별 영향이 달랐다. 동부 지역에서는 뎅기열 발병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나, 서부 지역에서는 감소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건기 규칙성'이 중요 요인임을 찾아냈다. 건기가 규칙적인 지역(서부)에서는 강우가 뎅기열 발병을 억제했지만, 규칙성이 약화된 지역(동부)에서는 촉진했다.
건기가 규칙적인 지역에서는 물이 고인 '모기 서식지'가 강우에 힙쓸려 뎅기열 발생을 억제하는 '플러싱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건기 불규칙 지역에서는 산발적인 강우가 오히려 플러싱 효과를 약화시키고, 모기 번식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푸에르토리코 등 지역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결과가 '일반성'을 지닌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공중보건 전략 설계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김재경 CI는 “건기의 규칙성은 기존에 간과된 부분으로 우리 연구는 뎅기열 발병에 새로운 해석을 제공했다”며 “기후 변화가 뎅기열, 말라리아, 독감, 지카 등 기후 민감 질병에 미치는 영향 이해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자원 배분 및 예방 전략 수립 핵심 정보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