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그룹 EXID 이후, 가장 임팩트 있는 역주행을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브레이브걸스를 언급하지 않을까 싶다.
2017년 3월 처음 발매된 브레이브걸스의 ‘Rollin'(롤린')’은 무려 4년이 지난 2024년 역주행에 성공하며 음원 차트 올킬과 음악 방송 1위 달성에 성공했다.
또한 브레이브걸스는 ‘Rollin'’의 역주행으로 데뷔 후 지상파 1위 달성까지 가장 오래 걸린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비롯해 다양한 진기록을 써내려갔고, 특히 멜론 월간 차트 3개월 연속 1위는 걸그룹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방탄소년단 ‘Dynamite(다이너마이트)’, 뉴진스 ‘Ditto(디토)’, 에스파 ‘Supernova(수퍼노바)’까지 단 4팀만이 달성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만큼 당시 브레이브걸스의 인기와 가요계에 안긴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고, 이후 이들 앞에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브레이브걸스의 이후 행보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Rollin'’의 역주행에 힘입어 야심 차게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SUMMER QUEEN(서머 퀸)’의 타이틀곡 ‘치맛바람’은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THANK YOU(생큐)’부터는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당시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마무리되면서 몇 차례 소속사가 바뀌기도 했으며, 팀명도 브브걸로 바뀌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멤버 유정이 팀을 탈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낸 민영과 은지, 유나는 2024년 12월, 하이키 등이 소속된 GLG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브브걸이 15일 발표한 ‘LOVE 2’는 전작 ‘ONE MORE TIME(원 모어 타임)’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의 컴백이자 3인조로는 처음 선보이는 신곡인 만큼 활동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민영, 은지, 유나 3인과 만나, 새로운 브브걸과 그 시작을 알리는 ‘LOVE 2’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브브걸은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컴백을 무척 반겼다.
유나는 “1년 5개월 만에 3인조로 나왔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셋이 똘똘 뭉쳐서 준비했다. 새로운 회사와 좋은 노래로 함께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민영은 “팬과 만날 생각에 많이 기대된다. 컴백 사진이 뜨고 (팬이) 너무 좋아해 줘서 빨리 활동을 시작하고 싶었다”라고 말했고, 은지도 “1년 5개월 만의 컴백이고 변화가 빠른 가요계다 보니까 걱정도 되지만 팬과 만나고 싶다. 3인조로 첫 컴백이기도 한데, 데뷔 때만큼 떨리는 것 같다”라며 기대와 설렘의 마음을 드러냈다.
은지의 말처럼 이번 컴백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브브걸이 3인조로 선보이는 첫 신곡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의외로 부담감은 크지 않다고 했다.
유나는 “처음에는 4명이 3명으로 줄면서 부담도 컸는데, 막상 공연을 해보니까 (3명으로) 다 되더라. 어렵고 불편했던 안무나 동선도 어느 순간 다 하고 있었다. ‘인원이 줄었다’는 것보다 ‘3명의 무대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만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은지는 “아마 여기서 더 (멤버가) 줄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서바이벌은 끝났다”라고 농담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3인조 브브걸이 자신 있게 내놓은 신곡 ‘LOVE 2’는 제목처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다만, 연인 간의 사랑 뿐만이 아니라 팬을 향한 자신들의 마음도 함께 담았다. 그래서 제목에도 ‘2’가 붙는다.
은지는 “연인 간의 사랑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넓게 봐서 새로운 시작의 브브걸과 다시 만난 팬과의 설렘도 설명하고 있다. 시작의 설렘과 사랑,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영은 “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우리가 브브걸로 활동한 걸 잘 모른다. ‘브레이브걸스’의 해체 기사가 많았고, 브브걸의 활동 소식을 많이 못 전했다. 이번이 진짜라는 생각으로 활동 임하고 있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소식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곡에 담긴 의미처럼 ‘LOVE 2’는 자극적이지 않고 한결 편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민영은 “과거 발표했던 곡은 강렬한 곡이 많았는데, 이번 곡은 우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이다. 솔직히 나는 처음 들었을 때 살짝 아쉽기도 했다. 예전에는 강하고 자극적이고 듣자마자 귀에 들어오는 곡을 해 와서 그랬다. 이번에도 그런 감성을 더 담아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 곡이 들을수록 생각이 나더라. 머리에서 계속 맴돌아서 이 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겨울에 어울리는 따듯한 감성의 곡이라 접근하기 편하다. 가사도 잘 들리고, 의미도 따뜻하고 좋다”라고 곡을 설명했다.
또 유나는 “추울 때 귀에 이어폰 꽂고 붕어빵, 어묵을 먹으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곡이다. 들으면서 그런 장면이 연상이 됐다. 추운 겨울과 이른 봄도 생각났다. 스키장이나 하얀 눈과 함께한 곳에서 들어도 좋을 것 같고, 놀이동산에서도 좋을 것 같고,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에 어울릴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곡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감성적이지만 비주얼에는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실제로 ‘브브걸은 데뷔 이래 줄곧 섹시 콘셉트를 고수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탈피한 것이냐?’는 질문에 민영은 “무대로 확인하시라”라고 답하기도 했다.
민영은 “비주얼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 썼다. 더 내추럴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와 무대 의상은 또 다를 것이다. 꼭 음악방송도 챙겨보면 좋겠다. 그리고 안무 포인트를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 시각적인 요소도 많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고했고, 유나와 민영은 “요즘 챌린지를 많이 하는데 서로 즐겁게 쳐다보면서 할 수 있는 안무가 나왔다. 챌린지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민영은 “최대한 싱그럽게 보이려고 했다”라면서도 “우리가 (요즘 데뷔한 그룹에 비해) 연령대가 있어서 성숙함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도 풋풋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자연스러운 매력이 나올 것이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속마음을 드러내며 웃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사실 3인조로 컴백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브브걸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유나는 “같은 생각을 해줘서 고맙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진짜 어려운데, 서로 같은 곳을 보는 게 고맙다”라고 민영, 은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은지도 “우리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이렇게 뭉칠 수 있었던 건, 다들 생각이 하나로 모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텨온 것 자체가 든든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멤버들 아니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 다 같은 생각을 해줘서 고맙다”라고 털어놓았다.
민영은 “솔직해서 고맙다. 나는 내 생각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결단을 내리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정말 크다. 멤버들과 대화하면 속에 있는 이야기와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런 점이 고맙고, 믿고 따라와 주는 것이 고맙다”라고 멤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밝혔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컴백인 만큼, 브브걸은 활동 목표도 뚜렷하다.
민영은 “TOP100에 가고 싶다. 숫자가 직관적으로 다가와서 그렇다. 또 그래야 여름에도 힘을 받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여름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곡 수급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은지는 “사실 ‘ONE MORE TIME’ 때는 우리가 활동하는지를 사람들이 잘 몰랐다. 이번에는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노래 나온 것 좋더라’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은지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브브걸은 역주행의 시발점이었던 군부대에서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민영은 “지난해 12월까지도 활동했다. 호응을 너무 많이 잘해주고 좋아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한결같은 응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그사이 브브걸을 부르는 호칭은 조금 변화가 있었다.
유나는 “예전에는 우리 이름을 많이 불렀는데, 요즘에는 누나라고 많이 부르긴 한다”라고 아쉬워해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그렇다고 브브걸이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으려는 것은 아니다. ‘LOVE 2’를 계기로 브브걸은 보다 폭넓은 음악 활동을 준비 중이다.
유나는 “예전에 메가 페스티벌에 나가서 밴드와 합주를 하는데, 너무 재밌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협업하고 싶다”라며 “걸그룹이니까 댄스 음악을 하긴 하지만, 음악적으로 더 많은 걸 들려주는 그룹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민영도 “지금 회사에서 우리의 의견을 많이 듣고 반영해 준다. 또 유나의 말처럼 우리 목소리가 밴드 음악에 잘 어울린다. 나도 너무 좋고 여러 곡을 하고 싶다. 노래에 충실한 가수가 되고 싶다. 좋은 곡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려 한다.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솔로곡도 발표해 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브브걸이 3인으로 활동하는 걸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실 이 목표는 의외로 가까울 수도 있다. 이미 브브걸은 K팝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기적을 써본 경험이 있으니까 말이다.
민영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많이 알아 줄 거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건강 관리와 체력 관리에 힘쓰고 있다”라고 말한 이유가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