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조명가게' 김희원, '큰 그림 아는 배우, 완벽한 연출자 조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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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 연출자인 김희원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내 생각을 더 많이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 재밌었고, 그를 관객분들이 제대로 봐주시는 게 신기했다” 배우 김희원이 감독 첫 데뷔작 '조명가게'로의 연출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 연출자인 김희원과 만났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글로벌 화제작 '무빙'을 쓴 강풀작가의 두 번째 각본참여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희원은 작품 연출자로 활약했다. 배우로서의 폭넓은 시선과 연기경험을 발판으로 생과 사의 경계점 사이의 생에의 의지라는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다각도로 촘촘히 그려내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희원은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함께 감독 데뷔작 '조명가게'에 대한 애정을 깊게 드러냈다.

-연출자로서의 첫 행보는 어땠나?

▲배우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에 뜻대로 과감하게 했던 배우때와는 달리, 어떻게 하면 잘할까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신경썼다.

감독으로서의 아이디어 한계를 넘어 배우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아서 전화나 식사자리 등 소통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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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 연출자인 김희원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첫 연출작, 수락계기?

▲단편영화를 찍으려고 준비하던 와중에 제안을 받고 한 달간 고민하고, 수락한 직후에도 고민했다. 모두 다하면 두세달은 됐을 것이다. 시청자들만큼이나 제가 대본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어려웠다.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 등 부담스러운 부분들이 있으니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빠른 사회흐름 속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고, 결국 하게 됐다.

-강풀작가와의 대면, 비하인드?

▲작가님께 처음 물었을 때 “무빙 연기가 좋았다”라고 하면서 건네주시더라(웃음). 당시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일반인 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을 근거있게 보여주기 위해 대본을 바꾸고 했던 것에 눈길이 갔다더라.

그렇게 감독으로 만난 작가님은 달랐다. 연기자로서는 적극적인 지적을 했다면, 연출로서는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것과 감독으로서의 생각을 잘 연결해서, 어떻게 바꿀까를 더 생각했다.

-캐스팅 비하인드?

▲우연찮게도 저와 친한 분들, 제가 생각했던 분들이 가득 들어있는 리스트업과 함께 캐스팅 회의를 처음 해봤다. 리스트업을 놓고 의견들을 내는 과정에서 '나도 저렇게 평가받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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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 연출자인 김희원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들의 연기를 모두 해보고 접근했다는데?

▲여러 이유가 있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담기 위한 카메라배치 등 콘티를 짜기 위한 것이 우선적인 이유다. 배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도 있지만, 현장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이겠다 예상하는 것들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배우 설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조명가게'. 감독으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작품 속 설현의 캐릭터는 깜깜한 밤에 하얀 옷을 입고 정류장에 앉아있는 여자다. 뭔가 말을 걸기에는 용기가 필요할 정도기에, 그를 위한 생뚱맞은 포인트를 넣는 과정에서 산과 논길 등을 떠올렸다.

그러다보니 '시골여자 같다'라는 말도 하게됐다(웃음). 설현 배우는 봤을 때 시골도 부잣집도 어울리지만, 나쁜 역할에도 어울릴 법한 묘한 매력이 있다. 또한 연기를 주문하면 거부감 없이 잘 따른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호평을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때, 제가 칭찬 듣는 것보다 100배는 좋더라.

-글로벌 시청자들을 향한 한국적 연출 포인트가 있나?

▲염을 하는 부분이나 음악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접근했다. 귀신 같은 존재나 정신세계를 이야기하는 데 동서양이 차이가 있기에,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특히 염하는 장면은 직접 전통 장례사분이 오셔서 풀로 촬영했다. 많이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쉽긴 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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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 연출자인 김희원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중환자실 원테이크 신의 비하인드?

▲카메라 무빙과 함께 세트를 부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가장 후반부에 촬영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보고, 세트장에서 거듭 연습했다.

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의식불명 중환자'와 일반적인 삶의 대비였다.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의지가 있냐”라는 대사를 놓고 보면, 중환자에게는 의지가 없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건 그대로 우리의 기준인 것이다.

저 사람들이 속으로 치열하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부분은 알 수 없다. 그 두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다.

-버스사고 신의 비하인드?

▲몇 달에 걸쳐서 준비했다. 과거 교통사고 경험에서 찰나의 상황들이 슬로우로 다가오던 것을 떠올리며 사고현장을 표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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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 연출자인 김희원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감독 김희원으로서 배우 김희원과 작업한다면 어떨까?

▲좋을 것 같다. 배우로서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이 좋은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들이 큰 영감이 된다.

-'조명가게'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요즘은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따뜻하게 연말에 보기 좋은 작품으로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