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커지는 글로벌 빅테크 법인세 회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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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법인세 회피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들 기업은 국내 앱마켓, 인터넷 동영상, 검색, 음원 플랫폼 시장까지 무서운 기세로 잠식하고 있음에도,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내는 법인세의 3~5% 수준만 납세하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으로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을 초래한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수익을 본국으로 이전하면서 한국에서 세금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금은 국가 운영의 필수 토대다. 제대로 징수되지 않는 세금은 단순히 세수 부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정한 규제나 법 집행 기반이 약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러한 기업에 대한 다른 법 규제 또한 실효성을 얻기 어려운 상태임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만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 압력을 받는 불균형이 고착화된다. 이를 비유하자면, 축구 경기를 할 때 한국 선수에게만 엄격히 옐로카드를 주고 외국 선수에게는 그러한 처분을 하지 않는 상황과 같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조세 부과 공백은 조세 형평성 문제를 넘어, 국내 플랫폼 기업이 역차별을 당하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국가 차원 조세 정의 실현과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국재무관리학회 추정에 따르면 구글 코리아는 최대 실제 납부액의 33.4배에 이르는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 코리아와 메타 코리아 역시 각각 최대 24.3배와 10배에 이르는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해당 연구자에 따르면 이마저도 매우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한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상당수를 본사로 이전해 법인세 근거가 되는 매출을 축소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과세 기반 약화와 세수 감소 문제를 초래한다. 특히 이와 같은 회피 행위는 국내 플랫폼 기업과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은 수년째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다양한 플랫폼 규제에 직면했지만, 정당한 세금을 납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반면 해외 기업의 한국 법인은 높은 성장세와 시장 점유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과 동일한 조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받은 조세 혜택이 불법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약 130억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와 같은 조치는 빅테크 기업의 세금 회피 문제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각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 세금 회피 문제가 중대한 경제적, 법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구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내법과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 내에서도 국세청이 2020년에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5000억원을 부과했으나, 이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기존 조세 제도로는 글로벌 기업의 세금 회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 당국은 해외 빅테크 기업에 대한 매출 산정 방식 개선과 조세 회피에 대한 조사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국내 플랫폼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을 해소하고, 플랫폼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해외 빅테크 기업의 조세 회피를 묵인하는 것은 사실상 이들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내 기업이 불리한 조건 속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공조와 제도 개선으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한국재무관리학회장 hyoungka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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