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비상계엄의 그림자와 마주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긴급체포했다. 혐의는 다름 아닌 증거 인멸이다. 그가 텔레그램에서 탈퇴하고 재가입하며, 휴대폰을 교체한 정황이 긴급체포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몇몇 장관과 차관들이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재가입하는 기이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이유일까, 아니면 체계적인 증거 은폐 시도일까?
탈퇴해도 남아있는 흔적들
텔레그램은 한때 최고의 보안 메신저로 각광받았다. 특히 익명성과 자유로운 탈퇴는 사용자들에게 강력한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2024년 8월, 상황이 급변했다.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테러 동조 혐의로 체포되면서, 텔레그램은 각국 정부와의 협조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 합법적 요청을 한다면, 텔레그램은 사용자들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30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과의 수사 협력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제 한국 수사기관이 정식으로 수색 영장을 제시하면, 텔레그램 측은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메시지를 삭제해도, 탈퇴해도 흔적은 남는다. 삭제되었다고 믿었던 대화와 자료가 수사망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더 충격적인 것은 고위 공직자들이 텔레그램을 국가 업무용 메신저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공직에서 사용하는 모든 업무용 도구는 국정원의 보안 감사를 거쳐 보안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보안에 취약한 텔레그램을 선택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가 일부 기능에만 적용되며, 그룹 채팅이나 일반 대화는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공직자들이 민감한 시점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단순한 개인적 의사인가, 아니면 조직적 움직임의 일환인가. 텔레그램을 이용한 업무 처리와 그에 따른 보안 규정 위반은 반드시 징계 사유가 되어야 한다. 공직자들은 본인의 업무에 대해서 국가가 지정한 전산망에 그 의사 결정 내용이 남아야하고 업무 지시 내용이 남아야 한다. 텔레그램으로 비정상적으로 국가가 운영 되서는 아니된다.
수사의 명확성과 책임을 묻다
증거를 인멸하려는 움직임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특히, 국가 안보나 긴급 상황에 직결된 증거를 삭제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다. 텔레그램을 통한 자료 삭제가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계획적 증거 인멸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공직자들은 삭제와 탈퇴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탈퇴한 텔레그램 계정 뒤에는 여전히 데이터가 남아 있으며, 합법적 수사 절차가 진행되면 그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보안 의식과 행위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책임을 명확히 하고, 그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텔레그램은 삭제되더라도 알고 있다. 국민도 알고 있고,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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