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J팝 간판&친한파’ 요아소비, 그리고 뉴진스와 인스파이어 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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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벳

요아소비(YOASOBI - 아야세, 이쿠라)는 현재 J팝을 대표하는 그룹 중 하나다.

자기 색이 명확한 사운드와 작법, 기발하고 재미있는 가사,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분위기 등 ‘J팝’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특징을 고스란히 갖추면서도 대중성까지 놓치지 않으며, 2019년 데뷔 이후 불과 5년 만에 일본 최고의 인기 밴드의 자리를 차지했다.

데뷔 직후부터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은 요아소비지만, 국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OP곡인 ‘아이돌(アイドル)’이 히트하면서 부터다.

2023년 4월 발매된 이 곡은 ‘최애의 아이’의 인기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쇼츠와 틱톡 등 숏폼 미디어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요아소비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한국에서의 반응을 파악한 요아소비는 2023년 9월 Mnet ‘엠카운트다운’에 깜짝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첫 내한 공연을 확정했고, 해당 공연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며 이들의 인기를 입증했다.

이후로도 요아소비의 ‘친한파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 6월 하이브에서 개최한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출연하는가 하면, 뉴진스의 도쿄돔 팬미팅에 게스트로 참석하기도 했다.

또 지난 3일에는 SBS M 음악 프로그램 ‘더쇼’에 출연해 ‘아이돌(アイドル)’과 ‘New Me’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쯤되니 요아소비는 이제 한국에서도 소수의 마니아가 아닌 대중적으로 친숙한 그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지난 7일과 8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한 요아소비의 두 번째 단독 내한 공연 ‘YOASOBI ASIA TOUR 超現実(초현실) LIVE IN KOREA’는 이처럼 높아진 요아소비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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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벳

일단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일본 아티스트가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요아소비가 최초이며, 당연하게도 이틀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새삼 확인시켰다.

공연 역시 여러모로 한국 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느껴졌다. 이번 아시아 투어의 첫 번째 공연장소를 한국으로 선정한 것이 그렇고, 무대 세트리스트 또한 먼저 진행된 일본 돔 투어와 다르게 구성해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보컬 이쿠라는 공연 중간중간 상당히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해 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이끌었고, 프로듀서 아야세 역시 한국어로 멘트를 준비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게 하는 등 이날의 공연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올해는 요아소비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아티스트의 내한이 진행된 해이기도 하다. 당장 지난 11월 30일과 12월 1일에는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의 내한 공연이 있었고, 11월에는 원더리벳 페스티벌을 통해 수십 팀에 달하는 일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성사됐다.

이외에도 2025년에는 유우리(Yuuri)와 요네즈 켄시(米津玄師)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있는 등 현재 일본 음악 신을 대표하는 거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찾았거나 찾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날 요아소비의 콘서트는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자리라 할 수 있었다.

과거 한국에서 J팝은 극소수의 마니아층을 위한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당당히 메이저의 영역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일 간의 문화 교류가 점점 더 건전하고 바람직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바로 요아소비가 있고, 이날의 콘서트는 그 결실을 보여주고 입증하는 자리였다.

더불어 요아소비의 7일 공연에는 또 한 가지의 많은 관계자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일이 있었다. 바로 뉴진스가 공연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뉴진스는 ‘How Sweet(하우 스위트)’의 무대 이후 요아소비의 멤버 이쿠라와 함께 ‘Right Now(라이트 나우)’와 ‘Biri-Biri(비리-비리)’무대를 선보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공연 자체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지만, 공연 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도 있다. 이날 뉴진스는 스스로를 ‘뉴진스’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첫 무대인 ‘How Sweet’를 선보이고 인사를 건넨 뉴진스는 ‘뉴진스’라는 그룹명 대신 멤버 각각의 이름으로 인사를 했으며, 요아소비와의 토크 중간 일본어로 ‘뉴진스의 가장 좋아하는 곡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본 것 외에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뉴진스’라는 그룹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둘러싼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뉴진스인 만큼, 자신들의 상황을 의식한 행동이라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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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러 재미와 이슈를 제공한 요아소비의 내한 공연이었지만,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운영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현재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사운드와 시야가 국내 공연장 중 가장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는 4방향 360도 공연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단방향으로 진행된 요아소비의 콘서트를 측면에서 감상하기에는 스피커의 지향성이나 시야적인 부분에서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특히 3층 A열의 경우, 철제 난간이 정확하게 무대의 시야를 가로막아 사실상 시야제한석이나 다름없는 관람 환경을 제공했다. 이는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개선 방안의 강구가 필요해 보였다.

공연장 밖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운영이 이어졌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가장 큰 단점이 ‘입지’로 꼽힐 만큼 대중교통 접근성이 극히 낮은 공연장으로 악명이 높다.

이에 자차를 이용해 현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많은 편이지만, 공연장 현장에서는 별다른 설명이나 안내 없이 주차장의 진입을 막고 회차를 강요해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주차장이 만차거나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면 이 같은 조치를 납득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입차 전 외부에서 봤을 때 주차장에는 충분한 여유 공간이 있었음에도 입차를 하려는 관객들을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이에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다른 주차장을 찾아 헤매거나, 인근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현장을 찾은 관람객의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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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주차장'이라고 적힌 주차장 내의 빈 주차 공간이 외부에서도 확인됐으나, 주차장 내부로 진입할 수 없었다. 사진=DB

어떤 이유가 됐든 멀쩡히 비어있는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운영은 현장을 찾은 관객을 설득하기 어렵다. 해당 부분은 인스파이어 아레나 측의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