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취임한 바르니에 정부는 총사퇴하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내각 이후 62년 만이다.
4일(현지시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574명 중 찬성 331표로 이를 승인했다.
프랑스 헌법상 정부는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불신임안에 찬성하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부의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9월 5일 임기를 시작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90일 만에 하원의 불신임을 받으면서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바르니에 내각과 야당은 2025년 예산안을 두고 대치해왔다. 정부는 국가 재정적자를 줄인다며 공공지출을 줄이고 세금은 올리는 것을 토대로 한 내년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했지만, 야당은 사회 복지 축소, 소비 심리 약화,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정부 예산안을 반대해 왔다.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이번 예산은 완벽하지 않았다”면서도 “예산안을 짜는 데 15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마침내 바르니에 정부가 폭력적인 예산과 함께 몰락했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 유일한 주권자는 국민이며, 우리는 언제든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며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불신임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새 총리를 뽑아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앞서 새 총리를 임명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