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 축소와 수도권 편중으로 지역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엔젤투자자가 혁신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을 잘 아는 리더들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스타트업 성장을 주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채광 한국엔젤투자협회 상근부회장은 2일 지역 엔젤투자허브 투자자 네트워킹 행사에서 엔젤투자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엔젤투자는 자기자본 또는 개인투자조합으로 초기 단계 유망기업에 위험자본과 경영 노하우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창업기획자·산학연기술지주회사 같은 법인 투자도 엔젤투자 범주에 들어가지만, 보통 창업경험자·전문직 종사자의 개인적 투자와 네트워크 제공을 지칭한다.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지난해 엔젤투자금액을 1조712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 1조4843억원에 비해 27.8% 감소했다. 최근 3년간 1억원 이상 투자 실적을 보유한 전문개인투자자 역시 지난해 말 271명에서 올해 11월 기준 244명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엔젤투자의 수도권 비중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편차도 심한 편이다.
김 부회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중앙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노력으로 지역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 역시 지역이 자생할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년간 대전에서 활동한 도룡벤처포럼을 예로 들었다. 도룡벤처포럼은 민·관 지원 없이 지역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면서, 컨택과 같은 상장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 기술창업기업이 발달한 지역 특성을 고려하고, 꾸준함으로 인내한 것이 지역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살펴보면 지원기관과 연구기관, 지역 언론 등 충분한 인프라가 많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무형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기관과 벤처캐피털(VC)은 위험성 높은 투자를 기피하는 만큼 지역 엔젤투자자가 대안”이라면서 “지역 중견기업과 함께 노력해 서울 외에도 세계에서 창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지호 중소벤처기업부 투자관리감독과장도 참석해 엔젤투자자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내년에도 대외 경기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인투자조합 투자의무비율(50%)을 충족해야 하는 초기기업 범위를 기존 '3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