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 시장이 열리고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가 우리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다.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글과 그림, 이미지, 영상 등을 빠르게 생산하기 시작했고 텍스트와 음성, 영상 등이 동시에 입력돼 행동하는 멀티모달 AI 서비스가 일상화하고 있다. LLM 한계로 지적돼 온 과거 지식이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은 검색증강생성(RAG) 기술로 대부분 해결됐다. 이제 에이전트를 통해 채팅창을 넘어 예약·주문·거래 등 많은 활동을 대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이런 기술 변화는 기존 산업의 틀을 뿌리부터 혁신하며 대전환의 시대를 마주하게 한다. 다양한 산업이 혼합하고 영역을 넘나들면서 기업의 핵심 업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금융 산업은 개별업법 규제를 받기 때문에 기술을 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러나 2019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금융관련법령(34개 법령)에 한해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될 시 예외적인 기술 적용과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빅밸류의 자동가치산정모형(AVM) 시세를 이용한 담보대출 서비스는 2019년 1차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이어 4년간 샌드박스 테스트 기간을 거쳐 2022년 말 최초의 규제 개선 사례를 남기며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이 변경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AI 시세를 활용하면 과거 전체 주택의 45%인 단지형 아파트에만 제공되던 담보대출 편의성을 연립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등 모든 주택에 제공할 수 있다. 올해에는 변경된 규정에 따라 금융권 대환대출에 AI 시세가 도입되면서 주택 담보 대출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수많은 기업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 금융권 외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여했고, 참신한 혁신금융서비스들이 등장했다. 다만, 현재 남아 있거나 규제 개선을 통해 제도권에 들어온 혁신 서비스는 많지 않다. 특히 스타트업이 신청한 서비스의 경우, 제대로 된 테스트조차 이뤄지지 않고 사양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권의 대고객, 혹은 금융업의 핵심 프로세스에 적용하며 시간의 상당 부분을 실험, 개선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이를 수행하고 개선하는 건 사업자 역량에 달려있는데, 이는 규모가 작고 협상력이 약한 스타트업들이 넘기 어려운 산이다. 자금 문제는 혁신금융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실제 금융기관에 기술을 도입하거나 확산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혁신금융 지정 여부, 즉 양적 지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면 금융기관이 실제 혁신금융 기술을 도입하고 영역을 확장했는지, 테스트 과정을 통해 얼마나 개선됐는지 등 질적 지표를 설정하거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혁신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금융 기관의 실무 적용 과정에서 좌절되는 사례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과 실무 적용 사이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방안도 뒷받침돼야 한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 산업에 많은 변화와 기술 도입을 이끌어 냈다. 이제는 새로운 성과지표(KPI)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더 깊게 참여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끔 여건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금융 혁신은 산업을 넘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더 탄탄한 혁신금융 서비스를 길러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해 고민해 볼만하다.
구름 빅밸류 대표 kloud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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