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이후 정책 변화와 내수회복 지연으로 인한 국내 경기부진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위험 요소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부담 증가가 여전히 가장 큰 위험으로 꼽히는 가운데 가계부채를 제외한 다른 요인이 신규 리스크로 꼽히며 상황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4년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가계부채 리스크(61.5%)가 지난번 조사에 이어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계부채를 제외한 5개 요인이 신규 리스크로 조사됐다.
대내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부담 증가(61.5%) △내수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국내 경기부진(51.3%)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39.7%) 등을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56.4%) △미국의 공급망 재편전략 등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강화(39.7%) 등을 지목했다.
응답자들은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 국내 경기부진, 자영업자 부실 확대는 단기(1년 이내)에 가계부채, 인구구조 변화, 자국우선주의 정책 등과 관련된 리스크는 중기(1~3년)에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강화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과 발생 가능성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요인으로 평가했다.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만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지난 조사에 비해 하락했다.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조사보다 대외 요인이 향후 금융시스템의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부각됐다. 특히 미국의 정책 변화와 자국우선주의 확산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책 방안으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부동산 PF 및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해 향후 거시건전성 관리의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 및 주요 경제전문가 총 81명과 해외 금융기관 한국투자 담당자 등 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총 78명이 답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