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만들기 위해 조작 가능성도”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분화로 400만명의 도시가 한 순간에 굳어버린 폼페이. 마지막 순간 서로를 끌어안은 모습으로 감동을 준 모녀의 화석이 혈연관계가 없는 두 명의 남성으로 밝혀졌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미국·이탈리아·독일 등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폼페이 화석 중 다섯 개 유골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를 7일(현지 시각)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by)에 게재했다.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고대 로마제국의 가장 융성한 도시 폼페이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화산재 아래 묻힌 사람들은 1700여 년이 지나 다시 발굴되기 시작했다. 고고학 연구팀은 당시 연조직이 사라진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100여 개의 희생자 시신 주형을 만들어냈다.
두 아이를 둔 4인 가족, 서로를 끌어안은 모녀 등 생에 마지막 순간 가족과 함께한 여러 주형들은 고고학 공원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유골들의 DNA를 비교한 결과 서로 혈연관계가 없는 남남으로 밝혀졌다.
'금팔찌의 집'이라고 명명된 공간에서는 어른 2명과 아이 2명이 함께 발견됐다. 그간 복원가들은 이 네 사람이 가족이며 아이를 안은 한 어른이 금팔찌를 착용했다는 점을 토대로 그를 아이들의 어머니로, 다른 성인을 아버지로 추정했다.
하지만 발견된 게놈에서 성인 두 명이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아이들과 생물학적 연관성도 없었다. 혈연 관계가 아닌 것이다.
또한 자매 또는 모녀로 여겨졌던 포옹한 두 사람도 적어도 한 사람이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유전자 정보가 정확히 식별되지 않아 다른 쪽의 성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현대적 가정에 근거한 추정이 오류를 낳았고, 스토리텔링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줄 '사연'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망자들의 포즈와 위치가 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의 고유전학자이자 공동 저자인 알리사 미트닉은 “고고학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인류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잘못된 가정과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데이터를 고고학 정보, 역사적 정보와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