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이익 부풀리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보험개혁회의가 무·저해지상품 등에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다만 원칙으로 제시한 모형이 권고에 그치면서 결국 자의적 가정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보험개혁회의는 IFRS17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세부적으로 무·저해지상품과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해지, 연령별 손해율과 최종관찰만기 적용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
IFRS17은 보험사가 최적 가정을 기반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발생주의 회계다. 만기가 긴 보험상품 특성상 보험사가 세운 가정에 따라 미래 이익과 건전성이 크게 변동되기에, 회사에 유리한 가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불신이 제기돼 왔다.
보험개혁회의는 논란의 중심이던 무·저해지상품 해지율 가정에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무저해지형 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해지할 때 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상품이다.
해지시 손해를 우려해 소비자가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일부 보험사가 높은 해지를 가정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보험사가 계약자의 비합리적 행동을 전제로 수익성을 산출하고, 보험료를 할인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경험 통계 부족해 보험사별로 가정을 다르게 적용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통계를 모아 분석한 결과 21개 담보중 17개에서 로그-선형 모형의 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원칙모형으로 강하게 권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강제성이 없는 권고로 되려 혼란이 가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의적 가정을 허용하지 않겠다던 보험개혁회의가 모호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보험개혁회의는 원칙 이외 모형(선형-로그, 로그-로그)을 적용할 경우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보험사가 원칙과 다른 모형을 적용할 경우 점검과 감시를 강화한다는 의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칙모형이 맞다면서도 이를 권고하는데 그치면서. 사실상 보험사들이 자율적인 가정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를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일반 소비자나 투자자가 보험사 공시를 모형별로 묶어 비교하고 가치판단을 내리긴 어려워, 결국 비교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험개혁회의는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해지 반영, 가입자 연령별 손해율 구분 등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또 내년 보험사에 적용할 예정이던 최종관찰만기 확대(현행 20년→30년)를 유예해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