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미래세대를 위한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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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동명대 총장

“'250만 원만 받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아이 얘기를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아이는 중소 홍보회사의 정규직이었는데 한 달에 200만 원으로는 생활이 안되자 '250만 원만 받으면 힘든 일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정년을 목전에 둔 나보다 2~3배는 일을 더 하는 아이가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걸 보고 '얘들이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지인이 들려준 얘기다.

지인의 아들은 소원에 약간 못 미친 230만 원을 주는 다른 홍보회사의 정규직으로 옮겼지만, 지금은 그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한 달에 최소 열흘 이상 집에 못 들어올 정도로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쥐꼬리만큼 월급을 주면서 아들을 '착취'한다고 생각한 지인은 아들이 어떻게 될까 봐 관두게 했다.

지인 부자가 겪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은 한국에서 흔한 일이다. 이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근무하는 청년은 더 많을 것이기에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청년 취업의 질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통계로 증명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년 이상 '그냥 쉰다'는 청년 수가 44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 9000명 증가했다. 조사 후 최대치다.

청년이 쉬는 이유는 일자리 양극화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는 널려있다.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몰리고 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저임금 일자리로 유입되고 있다. 취업 시장에 진입한 MZ들이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건 힘들고 낮은 임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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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인의 얘기를 옮긴 건 반성과 다짐 때문이다.

20대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43%이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4만 8000원으로 정규직 근로자(379만 6000원)보다 174만 8000원 적다.(통계청) 비정규직의 비율과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모두 사상 최대다. 이 통계는 20대 전체 평균이니 지방으로 한정한다면 훨씬 안 좋을 것이다.

대학 총장으로서 제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을 받으면서 사회에 첫걸음을 떼게 할 수 없다. 그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한 교육을 하지 않았는지 통렬한 반성을 한다. 필자는 내 제자들만이라도 “제대로 된 직장에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내식 대로의 교육으로 제자들이 어엿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겠다.

필자의 다짐은 9월에 끝난 현대차의 채용공고를 보면서 굳어졌다. 현대차는 7개 직군에 132개 세부 분야를 적시했다. 가장 많은 연구개발 직군은 고성능차 개발, 배터리 등 무려 59개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뽑겠다는 공고를 냈다. 다른 직군도 마찬가지다. 사업·기획에 17개, 경영지원은 16개 분야를 세분했다.

현대차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수시 채용을 도입했고 스펙보다는 업무 역량을 채용 기준으로 세웠다. '두리뭉실한 교육'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제자들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현대차가 이끄는 채용 시장의 변화가 곧 대세가 될 것이기에 '시장에서 통하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의 채용 변화는 지방대에 기회다. 스펙보다 현장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길러주는 건 지방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맞춤형 전문 교육에 자치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구성원들이 '할 수 있다'란 생각에 '행동'만 하면 된다. 지방대 혁신의 목표는 '제자들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