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1000분의 1초 전압 차단”…獨 벤츠 전기차 충돌시험 현장

주황색 EQS가 쏜살같이 달려 벽에 튀어나온 장애물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보닛 아랫부분에서 몇 초 동안 연기가 치솟았으나, 이내 사그라든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2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TFS)에서 국내 출시를 앞둔 전기 세단 2025년형 EQS의 정면충돌 테스트 현장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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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진델핑겐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TFS)에서 정면충돌 테스트를 거친 벤츠 2025년형 E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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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 테스트를 준비 중인 벤츠 2025년형 EQS.

2016년 운영을 시작한 센터에서는 벤츠가 신차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 약 3대, 1년에 900대씩을 충돌 테스트에 투입한다. 이날 테스트한 EQS는 출발 지점으로부터 약 70m를 달려 시속 64㎞의 속도로 장애물에 충돌했다.

벤츠는 신차에 대해 1만 5000여번 시뮬레이션과 최소 150번 충돌을 거친다. 지금까지 이 과정에서 배터리 화재나 폭발, 감전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벤츠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진행한 전기차 대 전기차 정면충돌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는 손상되지 않았다.

마르셀 브로드벡 전기차 충돌 시험 엔지니어는 “차량이 급히 감속하는 등 사고가 임박한 것으로 인지되면 바로 고전압 시스템이 차단되면서 케이블 등에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며 “전압 차단은 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의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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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 테스트를 마친 벤츠 2025년형 E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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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재진이 정면충돌 테스트를 마친 벤츠 2025년형 EQS를 살펴보고 있다.

차량 테스트는 앞 범퍼의 40%가량이 장애물에 부딪히도록 했다. 앞에서 봤을 때 왼쪽 보닛은 크게 변형되지 않았으나, 오른쪽은 종잇장처럼 구겨지면서 각종 구동 부품이 손상됐다.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도 부서져 바닥에 보라색 액체가 새어 나왔다.

다만, 보닛을 넘어 도어나 프레임 등 운전자가 탄 부분은 전혀 손상이 없었다. 유리창도 깨지거나 금이 가지 않았다. 차량 전면에 충격의 대부분을 흡수해 주는 '크럼플 존'이 완충 지대 역할을 한 것이다. 차량이 1m가량 찌그러지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충격량은 90% 넘게 줄어든다.

덕분에 운전석에 앉힌 성인 크기의 더미와 운전석 바로 뒤에 앉은 어린이 형태의 더미도 멀쩡했다. 운전석에는 운전대와 커튼 에어백, 2열에는 커튼 에어백이 펼쳐지면서 유리창 등 딱딱한 물체에 부딪히는 2차 충격을 막았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넓게 펼쳐진 하이퍼 디스플레이도 정상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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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힌너스 벤츠 충돌 안전 엔지니어.

율리아 힌너스 벤츠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충돌 직후 자동으로 손잡이 잠금이 해제돼 탑승자가 빨리 차 밖으로 나오거나 구조대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인 만큼 사고 시 탑승자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이다. 충돌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이 멈추는 지점의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졌다. 차체 하부에 있는 배터리 손상 여부를 정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벤츠는 EQS를 비롯한 전기차에 사고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구조적 설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충돌 시 안전을 확보하도록 설계한 승객 탑승 공간 바로 아래에 배터리를 배치했고, 차체 바닥에 고강도 강철로 이뤄진 보호막을 탑재했다. 양극과 음극 배선을 분리한 폐쇄 전기 회로를 구성해 합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벤츠는 법적 요건, 소비자 안전 등급은 물론 이보다 훨씬 까다로운 내부 기준 등 세 가지 차량 평가를 시행한다”며 “사고 연구를 통해 새로 알려진 사실이 있으면 이를 반영해 내부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델핑겐(독일)=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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