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에서 경쟁자로'…계열분리 앞둔 신세계 남매, 경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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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를 공식화하면서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경쟁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독자 경영을 통해 경쟁 관계에 놓인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기점으로 계열 분리 작업에 착수한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단숨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빠 정용진 회장과의 남매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업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과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부문이 완전히 분리되기까지 최소 2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친족 독립 경영을 신청해 공정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할 뿐더러 SSG닷컴 등 지분을 나눠 가진 계열사 정리 문제도 남아 있어서다.

다만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남매 간 경쟁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정유경 총괄 사장이 승진과 함께 전면에 나서면서 10년 간 경영 능력을 비교 받아 왔다.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후계 구도를 벗어나 사업 경쟁자로서 서로를 마주하는 셈이다.

두 사람의 사업 영역은 비교적 잘 구분돼 있지만 중복 지점도 존재한다. 현재 이마트 부문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슈퍼·편의점·e커머스·복합쇼핑몰·호텔·외식(스타벅스)·푸드·야구단·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세계 부문은 백화점을 축으로 면세·홈쇼핑·패션·뷰티·리빙·호텔·부동산임대(센트럴시티) 계열사를 아우르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놓이는 지점은 쇼핑몰 사업이다. 백화점·아울렛·복합쇼핑몰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나뉘어 있던 업태들이 점차 부딪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 쇼핑몰 경쟁이다. 신세계 부문의 광주신세계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쳐 파크' 조성에 돌입한다. 백화점 신축은 물론 터미널 지하화, 호텔, 상업·문화 시설을 아우르는 복합 쇼핑몰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같은 시기 이마트 부문의 신세계프라퍼티는 어등산 관광 단지에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가 호텔 사업에 적극 나설지도 관심사다. 신세계 센트럴시티는 지난 2021년 대전에 독자 브랜드 '호텔 오노마'를 개관한 바 있다. 서울 반포 JW메리어트 호텔도 소유하고 있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2009년 부사장을 맡기 전까지 그룹 호텔 사업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현재 그룹 호텔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마트 부문에 속해있다.

이밖에도 온라인 패션, 부동산 개발·임대 사업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라는 다른 업종으로 시너지를 발휘하기 보다는 각각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며 “소매업이라는 본질은 같은 만큼 쇼핑몰 사업 등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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