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67〉혁신의 이면, 머스크가 던진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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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 13일 스페이스 X가 제작한 70m 길이의 1단 로켓 추진체인 '슈퍼 헤비'가 대형 우주선을 상공으로 밀어 올린 뒤 스스로 발사체에 돌아와 안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해당 성공은 재사용 가능한 우주 운송 시스템이라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비전을 현실에서 이뤄낼 수 있음을 인류에게 확인케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시도가 우주비행사를 장차 달과 화성으로 보내는 목적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발사체에 달려있던 33개 엔진 중 13개 엔진을 사용해 제어된 하강을 완료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우주여행이라는 주제를 논하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슷한 시기인 10일, 테슬라는 운전대도 뒷유리도 없는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선보였다. 기존의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완전자율주행에서 운전자 개입이 없는 완전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이번 발표는 이르면 2026년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무인 택시의 상용화가 개인 차량을 공유하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주차 공간을 줄이고 도시 환경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 비전은 공통적으로, 기술을 통해 삶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재사용 로켓 기술의 도입은 정비와 유지보수의 복잡성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검수와 수리 시 새로운 형태의 기술적 문제 발생 가능성 및 이전에 없던 인적 사고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또, 도시 계획학 교수이자 UCLA 교통 연구소의 아담 밀라드 볼 소장은 개인용 자율주행차를 너무 저렴하고 쾌적하게 만들면 오히려 더 많은 교통량과 더 많은 운전으로 이어져 도시 규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우버(Uber)와 리프트(Lyft)의 미국 도시 내 서비스 도입 이후 교통량이 오히려 더 증가한 통계는, 도입 전 개인 차량 소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련 기업들의 마케팅 속 약속이 실은 현실과 괴리가 있음을 우리 사회에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의 기술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실제와 그 복제물, 즉 시뮬라크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사람들이 실제와 이상화된 이미지를 혼동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더 이상 실제의 복제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실제보다 더 현실적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스페이스 X, 테슬라 두 기업 모두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기술적 비전인 자율주행 사이버캡과 재사용 가능한 로켓은 이러한 시뮬라크르의 특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일론 머스크는 미래 도시와 우주 탐사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이 기술들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는 데 뛰어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적 복잡성과 현실 적용에 있어서의 한계,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그의 비전들이 현실보다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반영하고 있기에 공통적으로 사회적 상상 속에서 이상화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 혁신은 단순히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개인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면의 칼이다. 분명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기술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시뮬레이션이지만, 그 이면에는 확인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현실적인 위험과 도전 또한 공존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기술 혁신의 의미를 재확인 및 재구성하고 그 변화가 실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는 과정을 늘 필요로 한다.

관련해 기술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관점과 민족지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상학적 관점은 개인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탐구하여 그 의미를 해석하고, 변화의 실체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민족지학적 접근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분석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기술 혁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고, 기술 발전이 인간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태도는 기술 혁신의 성공적인 사회 통합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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