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불똥 튄 e커머스…규제 리스크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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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주최한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벤처 협회 관계자들이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관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부가 추진하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후속 조치 윤곽이 드러나면서 e커머스 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사태 본질에서 벗어난 단편적인 규제가 생겨 시장 성장성만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이달 중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 의견 수렴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티메프 사태 후속 조치로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e커머스)을 대규모유통업자로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금 정산과 관리에 대한 의무 조항을 설정하는 법 개정 방침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대금 정산 기한 도입 △대금 별도 예치 의무로 요약된다. e커머스 업체는 셀러 판매 대금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또 판매 대금의 50%를 은행 등 별도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e커머스 정산주기를 법으로 못 박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용 대상도 쟁점에 올랐다. 대규모 유통 플랫폼을 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간 중개거래수익(순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의 기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e커머스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태 본질인 당국의 관리·감독 문제를 뒤로 한채 플랫폼 시장에서만 문제를 찾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일탈 행위를 플랫폼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 규제 잣대로만 접근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처사”라고 꼬집었다.

특히 산업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국내 대형 e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 구매 확정일로부터 7~10일 이내 정산을 진행하고 있다. 대금을 별도로 예치하는 '에스크로' 도입률도 높다. 이미 티메프 사태 이후 자율적으로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대금 관리 체계를 개선한 업체가 상당수다.

반면 두각을 드러내는 중소·스타트업 플랫폼은 개정안이 적용되면 대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플랫폼 시장에 대한 평가도 하락해 신규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산업부와 중기부도 시장 위축을 이유로 개정안에 우려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플랫폼에 대한 신규 투자나 신산업 형성은 사실상 끝난다고 본다”며 “기존 업체 또한 발생하는 규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