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Emo 밴드’인가? “지금은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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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기자는 이모 록(EMO Rock)과 팝 펑크(Pop Punk)를 좋아한다. 펑크록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Sex Pistols(섹스 피스톨즈)나 이모 록의 시초로 꼽히는 Rites of Springs(라이츠 오브 스프링스)까지 거슬러 가지는 않지만,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쏟아진 여러 이모 록, 팝 펑크 밴드를 여전히 즐기는 중이다.

다분히 충동적이고 자기파괴적이며, 사춘기 반항과도 같은 이모 록과 팝 펑크의 특징상 원 히트 원더로 끝나거나, 나이를 먹음에 따라 노선의 변화를 꾀하는 밴드가 대부분이지만 (※물론 Taking Back Sunday(테이킹 백 선데이)처럼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고마운 밴드도 있다.) 그래도 이모 록과 팝 펑크의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개중에는 Loveless(러브리스), Jeris Johnson(제리스 존슨), KennyHoopla(케니후플라) 등처럼 나름대로 인기와 인지도를 얻는 사례도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 동안 우울감을 느낀 10대 청소년들이 이모 록과 팝 펑크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틱톡 등에서는 관련 붐이 일기도 했고, 그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이모 록 팝 펑크 밴드를 싸그리 소환한 ‘When We Are Young(웬 위 아 영)’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되기도 했다.

뜬금없이 왜 이모와 펑크 타령이냐면,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도 그럴듯한 이모 록 밴드 한 팀 정도는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물론 그 옛날 서태지가 이모코어(Emocore)를 들고나오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모 장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사례가 있고, 최근 일련의 앨범에서 이모 록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나 한국 인디 신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파란노을과 같은 뮤지션이 있지만, (본인들은 EMO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 누구보다 EMO의 모든 것을 이상적으로 보여준) My Chemical Romance(마이 케미컬 로맨스)처럼 제대로 이모 록을 대표하는 밴드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으면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최근 그 아쉬움을 해소해 줄 유력한 밴드가 등장했다. 의외인 점은 그들이 국내 3대 기획사이자 아이돌의 명가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 것으로, 바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 건일, 정수, 가온, O.de, Jun Han, 주연)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데뷔 초부터 이모 록의 싹을 다분히 보여준 바 있다.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얼터너티브 록을 표면에 내걸고 있지만, 첫 미니앨범 ‘Hello, world!(헬로우, 월드!)’‘Strawberry Cake(스트로베리 케이크)’나 해외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세 번째 미니앨범 ‘Deadlock(데드락)’의 수록곡 ‘Good enough(굿 이너프)’ 등은 다분히 이모 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트랙이다.

뿐만 아니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공식 채널에는 이모 록의 찬가와도 같은 ‘Welcome To The Black Parade(웰컴 투 더 블랙 퍼레이드)커버 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이런 이모 적인 성향은 첫 정규앨범 ‘Troubleshooting(트러블슈팅)’ 타이틀곡으로 팝 펑크 장르인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을 선정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애초에 이모 록은 하드코어 펑크에서 파생된 장르이며, 이모 록과 팝 펑크가 결합된 이모 펑크 장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이모 밴드, 혹은 팝 펑크 밴드들이 이모와 팝 펑크를 넘나드는 트랙을 발표한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감정(Emotional)을 꾹꾹 눌러 담았다가 한 번에 폭발하듯 쏟아내는 구간이 등장하는 트랙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이모 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것이기도 하다.

새 앨범 ‘LIVE and FALL(라이브 앤드 폴)’의 타이틀곡 ‘Night before the end(나이트 비포 디 엔드)’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발라드 록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이모 밴드들이 선보였던 발라드 넘버와 그 스타일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The All-American Rejects(올 아메리칸 리젝트)‘It Ends Tonight(잇 엔드스 투나잇)’이나 The Red Jumpsuit Apparatus(더 레드 점프슈트 애퍼래터스)‘Your Guardian Angel(유어 가디언 에인절)’과 같은 이모 밴드의 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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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그래서 꼭 묻고 싶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스스로는 이모 록 밴드라고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들의 대답은 ‘YES’였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이모 록 밴드로 분류해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가온이 나는 동의한다라고 답했고, 이어 건일도 멤버 중에도 이모 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어떤 장르로 한정 짓고 틀에 가두려는 것은 아니다. 또 실제로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자신들 스스로가 우린 (Rock)’이라고 이름 붙은 장르는 모두 잘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는 밴드다.

이들의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펑크록, 하드록, 팝 록, 모던 록, 브리티시 록 등 상당히 여러 장르를 발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최근 발매한 ‘iNSTEAD!(인스테드)’에서는 메탈코어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굳이 이모 록 밴드인지를 물은 이유는 그들이 최근 선보이는 타이틀곡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멤버들은 앞선 ‘Troubleshooting’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을 두고 대중성을 의식해 일부러 헤비하지 않은 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해명은 이번 ‘Night before the end’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하지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라는 밴드가 그간 보여 준 음악적 취향과 성향에 비추어 보면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Night before the end’는 오히려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나올 게 분명한 곡이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는 건일과 주연이 밝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작업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건일은 우리도 대중성을 고민한 시기가 있었다. 곡 작업을 할 때나 데뷔 초 앨범을 들으면 대중성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타이틀도 있었다. 우리 음악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대중성을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았고, 실제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대중적이든 그게 아닌 어떤 것이든 우리가 가장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냈을 때 만족스러운 음악이면 뭐든 상관없다. 억지로 대중성을 설정하기보다 때에 맞는, 하고 싶은 곡을 쓰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타이틀곡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발라드다. ‘Troubleshooting’을 작업하면서 다음 앨범은 발라드를 타이틀로 도전해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매 앨범에 수록된 발라드곡을 좋아해 주는 팬이 많았고, 특히 ‘Good enough’ 같은 곡은 해외에서 반응이 컸다. 발라드로 타이틀을 해도 재밌을 것 같았다라며 사실 음악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틀도 없고, 그 안에서 늘 우리끼리 다짐해온 게 우리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내놓았을 때 만족하고 뿌듯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였다. 앨범 안에 다양한 시도를 한 곡들이 있고, 타이틀곡을 발라드로 선정한 것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그랬다. 새로운 시도,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부연했다.

또 주연 역시 곡 작업을 시작할 때 우리끼리 어떤 곡이 좋아?’, ‘어떤 곡을 하면 재밌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런 방식으로 곡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까 대중성을 따지기보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그것을 어떤 음악으로 풀어내는지가 더 중요시되는 것 같다. 일부러 대중적인 곡으로 활동하고 공연에서 다른 곡을 선보인다기보다, 타이틀곡의 색과 다른 결의 음악을 맛을 볼 수 있는 앨범으로 사람들의 귀를 만족시키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에게는 자신들이 재미있는, 마음이 가는 음악이 우선시된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 이모 록과 팝 펑크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면 최근의 타이틀곡 선정이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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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함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곡이 ‘iNSTEAD!(인스테드!)’. 혹자는 ‘iNSTEAD!(인스테드!)’엑스디너리 히어로즈종종 선보여왔던 센 음악의 하나 정도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 곡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발표한 모든 곡 중 가장 이질적이고 뜻밖의 곡.

애초에 ‘iNSTEAD!(인스테드!)’장르적 태생이 완전히 다른 메탈코어 장르분류 곡이며, 윤도현이 피처링에 참여해 그로울링까지 제대로 집어넣었다.

주연은 그로울링이 들어간 곡을 표현하었다. 다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우리가 하는 것보다 피처링을 하는 게 완성도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우연히 윤도현 선배님이 부른 뽀로로 메탈 버전영상을 보고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 공연에도 함께 참여해 즐겨줘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건일은 윤도현 선배님이 매번 공연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녹음을 너무 멋있게 해줘서 다른 공연에서는 그 보컬 녹음본을 쓰고 있다. 마음만은 항상 함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iNSTEAD!’가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보컬이 아니라 연주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메탈코어 장르를 시도하면서 모든 악기가 과격하다라고 표현할 만큼 헤비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파트는 역시 드럼이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음악 중 드물게 트윈 페달을 미친 듯이 밟는 구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건일은 트윈 페달 처음 사용 한 건 ‘Hair Cut(헤어 컷)’인데 잠깐 나오는 수준이고, 메인으로 사용한 곡은 ‘Break the Brake(브레이크 더 브레이크)’였다. 그때도 조금 힘들었지만 ‘iNSTEAD!’에서는 오랜만에 벽을 느꼈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멤버들도 알 정도였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라고 벽을 느낀 곡이다. 결국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인드로 처음부터 천천히 속도를 쌓아간 끝에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역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에 진심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그 도전정신이 가져온 결과는 달았다. 이제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아이돌 밴드가 아닌 진짜 록을 하는 밴드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온은 해외에서도 진짜 록을 한다며 놀라는 모습을 최근에 봤다. 특히 ‘iNSTEAD!’가 나왔을 때 많이 놀라고 좋아해 주더라. 그래서 이런 노래 더 해볼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라며 웃었다.

앞서 밝혔듯이 기자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이모 록 밴드로 분류했다. 다만 이들이 언제까지고 이모 록 밴드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이모 록은 그 특징상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색해질 수밖에 없는 장르이고, 무엇보다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밴드기 때문이다.

건일은 음악적으로 최종 목적지는 정해두지 않았다. 계속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저 그 과정을 밟아가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음악적으로는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가겠지만,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당연히 있다. 오드는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꼭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에 우리 음악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음악이 기쁠 때는 더 기쁘게, 힘들 때는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가온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일단 우리 목표는 오래오래 함께 같이 하는 것이다. 또 최종 꿈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거다.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다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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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로큰롤 명예의 전당’(※공연자 부문)은 대중음악 역사를 통틀어 단 261(혹은 명)만이 헌정된 대중음악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자리다. 당연히 지금 당장은 허황된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K팝이 빌보드 HOT100에서 1위를 한다고 하면 헛소리 취급을 받았으나, 2020년 방탄소년단이 ‘Dynamite’로 빌보드 HOT100 1위에 오르며 그 말은 현실이 됐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한마디 더 추가하자면,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첫 레코드 발매 후 25년이 지나야 입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2022년 발매된 첫 미니앨범 ‘Hello, world!’를 기준으로 잡으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앞으로 23년이 지난 2047년이 돼야 비로소 후보에 이름을 올릴 자격을 얻는 셈이다.

그렇다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다. 2047년이 돼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 불후의 명반을 만들어 내거나, 23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만한 업적을 쌓는 것.

둘 중 어느 쪽이든 환영할 일이다. 그사이 우리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음악을 마음껏 즐기고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