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첫날부터 여야가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시장 독점과 이용자 보호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7일 오후 여야 공방 끝에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탄핵 심판과 직무 정지를 사유로 과방위 국정감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오전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방위가 동행명령장 발부를 검토하자, 입장을 바꿨다.
이 위원장이 출석하자, 방통위 사유화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공직자들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에서 국회 출입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오는 길에 제출하면 되겠다고 판단, 사유서를 전달했다”며 “공직자를 개인 비서로 부린 적 없다”고 반박했다.
방통위에 대한 신뢰도가 올해 3.03점으로 전년(3.57점)보다 줄어 10개 기관 중 대통령실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는 지적에는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만약에 내가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MBC에 대해 “민(주)노총·민주당 브로드캐스팅 코퍼레이션으로 불리고 있다”며 “MBC가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불공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통해 특정 결제 방식 강제 행위를 금지했음에도 구글·애플이 규정을 회피하는 데 대해 과징금 680억원 부과를 의결했다. 그러나 실제 부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의결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단정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과징금 규모도 우리나라는 3%가 상한으로 돼 있는데, 유럽 같은 경우엔 10% 이상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법·제도 정비까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방통위가 정상화되고 기능을 회복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망사용료를 내지 않으면서도 정부 광고료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코리아는 인터넷망을 이용하면서 망이용료를 통신사업자에게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구글 유튜브는 정부 광고료로 674억 원을 받아 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 직무대행은 “해외 기업을 제재할 마땅한 조치가 없다”며 “망 이용료 부분은 균형이 안 맞다는 생각은 하지만, 경제 주체들 간의 행위이기 때문”이라며 나서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