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관문'이라는 말레이시아의 핀테크가 최근 빠른 성장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2023년 기준 핀테크 업체 수가 550여개로 아세안 10개국 중 싱가포르(1600개), 인도네시아(785개)에 이어 3위인 데다, 시장 규모도 약 500억달러(67조원)로 우리나라(58조원)보다 다소 크다. 성장세도 간편결제 기준 지난 3년간(2020~2023년) 연평균 34%(추정)로 상당히 빠르다.
말레이시아 핀테크 성장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첫째, 디지털·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계층이 워낙 많다는 점을 꼽는다. 평균 연령이 30.3세로 베트남(32.5세)보다 젊고, MZ세대가 인구의 60% 이상(1920만명)이다. 둘째, 핀테크의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도 한몫했다. 2020년 80%대였던 인터넷 보급률이 2023년엔 96.8%까지 올라갔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젊은 층의 수요폭발로 95%에 육박한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2022년 말레이시아 성인 중 79%가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 기반 디지털 결제를 이용했다고 한다.
셋째, 말레이시아 금융당국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SCM)는 2015년 핀테크 생태계 강화를 위해 핀테크협회(FAOM)와 청년 핀테크협회(MYFinT)를 출범시켰고, 중앙은행(BNM)은 2016년 FTEG(Financial Technology Enabler Group)를 설립,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원을 시작했다. 특히 2018년 12월 중앙은행과 페이넷(PayNet:우리나라의 금융결제원 성격)이 개발한 실시간 결제시스템 'DuitNow'은 말레이시아 핀테크 성장의 일등 공신이란 평가다. 모바일 번호, 국민 신분증 번호(NRIC) 등을 통한 '즉시 송금'뿐 아니라, 싱가포르·태국과의 국경 간 거래, 은행 및 전자 지갑과 호환되는 QR코드 결제기능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말레이시아 핀테크시장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과 달리, 핀테크 분야들 비중이 비교적 고른 편이다. 간편결제가 22%로 가장 높고, 디지털뱅크, 전자 지급이 각기 13%, 송금, 인슈어테크, 로보어드바이저 등이 8~9% 수준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간편결제는 'DuitNow' 덕분에 연 34%의 빠른 성장세다. 대표적 업체는 터치앤고로 시장점유율이 약 50%로 압도적이다. 이외에 그랩페이 25%, 부스트가 15%다.
간편결제의 일종인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도 팬데믹 이후 급성장 중이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고, 핵심 트렌드의 하나가 되고 있다. 11개 BNPL업체가 있는데, 훌라(Hoola), 아톰(Atome), 빅페이(Bigpay) 등이 대표적이다. 훌라는 팬데믹 기간 중(2020~2022년) BNPL 고객증가율이 400% 이상, 아톰의 경우는 2021년 상반기에만 BNPL거래가 무려 20배 증가했다고 한다.
디지털뱅크도 활발하다. 2021년 12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디지털뱅크 도입계획을 발표한 후, 2022년에 부스트홀딩스·RHB은행, GXS은행·곽브라더스 등 5개의 컨소시엄에 대해 디지털뱅크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말레이시아 디지털뱅크를 통한 대출은 지난 3년간(2020~2023년) 연 25%의 빠른 성장세다. 인슈어테크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디지털 솔루션 채택이 강화되면서 온라인 특히 모바일 보험상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성장률은 2022년엔 25%, 2023년에는 30% 등 최근으로 올수록 가파르다. 임베디드 보험에 강한 볼텍(Bolttech)과 농업보험 전문인 이글루(Igloo)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핀테크 유니콘으로는 차량호출서비스에서 시작해 결제,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랩(Grab),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인슈어테크업체 이글루,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카솜(Carsome) 등을 꼽는다.
말레이시아는 인구는 3200만명으로 우리보다 적지만, 면적은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이슬람 금융자산시장(1.2조 달러)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24%여서, 향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 특히 최근엔 조호르 바루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가 AI와 디지털 인프라의 중심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핀테크의 성장과 글로벌화도 그만큼 빨라질 거란 전망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
경제 많이 본 뉴스
-
1
2년 준비한 AI교과서, 교육자료 전락하나
-
2
SK온, 각형 배터리 투자 임박…“서산 공장 설비 발주 채비”
-
3
삼성전자, 부사장 35명 등 총 137명 승진...2025년 정기임원인사
-
4
“딸과 서로 뺌 때려”...트럼프 교육부 장관 후보 '막장 교육'?
-
5
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완료…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
-
6
르노코리아, 내년 '오로라 2' 개발 완료…준대형 CUV로 나온다
-
7
단독현대차·아마존 죽스 첫 협력…탄력 붙는 자율주행 동맹
-
8
“폴더블 힌지 양산 준비” 에이유플렉스, 인도에 모듈 합작사 설립
-
9
HBM 中 수출길 막힌다…韓 반도체 타격
-
10
기아 첫 PBV 'PV5' “5가지 시트로 변신”…내년 7월 양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