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18〉치솟는 스마트폰 가격, 단통법 폐지가 해법인가?

Photo Image
SK텔레콤의 2006년 보조금 광고(왼쪽)와 2014년 분수에 맞게 소비하라는 KTOA의 단말기유통법 홍보.
Photo Image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지구 가열, 코로나 만연, 슬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흐름의 후퇴)·국지전이 겹치면서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대조적으로 월 가계통신비는 2013년 12만2802원에서 2023년 9만9948원으로 낮아졌지만, 단말기 구매 비용을 살펴보면 8172원에서 2만7945원으로 무려 3.4배 상승했다.

올해 초 정부는 민생 차원에서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법 개정에 앞서 통신사간 '고객 유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한도를 늘렸다.

보조금 규제는 IMF 위기로 경제 상황이 악화한 1990년대, 과도한 보조금에 의한 무분별한 단말기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규제는 잠시 철폐되었다가 2010년 부활했다. '공짜폰'이라는데 고가요금상품이나 비인기폰을 높은 할부원금으로 판매하는 호갱이 문제였다. 명목은 '소비자 보호와 이용자차별 해소'였다. 보조금 규제의 정점은 2014년 도입된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휴대폰 가격이 장소·시기에 따라 다르고 성지를 쫓는 자와 호갱간 차별이 옳지 않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2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등장할 정도로 단말기 가격은 상승했지만, 경쟁으로는 낮출 수 없는 구조다. 2016년 팬택이 파산하고 2021년 LG전자가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애플의 각축장이 됐다. 삼성전자의 국내 점유율은 70%를 상회한다. 애플은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 덕에 차별화된 독점력을 보인다.

단통법을 풀어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도 생뚱맞다. 이미 통신사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이 보조금을 부담하고 있다. 애플은 한 푼도 내놓지 않는다. 통신사 고객당 월평균 수익은 3만원 초·중반대로 일정하니 100만원을 훨씬 넘는 단말기를 구매하려면 이용자가 거의 3년은 써주어야 하기에 이동통신사 보조금으로 서비스 가입 부담을 낮추는 구상은 점점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단통법은 차별화를 금지함으로써 경쟁을 중성화했다. 법이 풀린다면 보조금은, 장기할인 혜택, 결합판매로 묶여 엉덩이가 무거워진 기존 가입자보다는 폰을 새로 개통하는 신세대에 집중될 것이다. 인구·가입자 수가 줄고 있으니, 그만큼 경쟁은 격화될 것이고 과거 우려했던 '나이 보조금'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명확한 것은 높은 스마트폰 가격은 단통법이 아닌 스마트폰 시장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가격을 직접 제어할 수 없다면 보급형 단말기를 제공하도록 권장할 일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