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오히려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실상 대출 총량 감독에 들어가 연말까지 대출 절벽을 이어갈 기세다.
25일 시중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20일부터 보금자리론에서 만기 40년, 50년 요건을 강화했다. 그간 연령 요건을 적용하지 않았던 녹색건축물(담보주택) 및 전세사기피해자(채무자)도 만기 40년, 50년 주담대 취급 시 나이를 보겠다는 것이다. 고령자 장기 대출을 막겠다는 것으로, 정상적 상환이 가능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취급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도 이날 '주담대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 승인을 지점에서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수도권에 한정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 중단도 전국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본점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시중은행권이 시행 중인 유주택자 주담대 금지는 국책은행으로도 번졌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이달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소강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2조7227억원 늘었다. 2020년 11월(+9조4195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 폭(+9조6259억원) 약 27%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달 부터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고음을 계속 낸데다, 추석 등으로 영업일수가 준 것이 주효했다.
반면, 주담대 등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8월 기준 코픽스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36%로 전월 대비 0.06%p 내렸다. KB국민은행은 20일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를 연 4.56~5.96%에서 4.5~5.9%로 내렸다. 우리은행 역시 연 5.11~6.31%에서 5.05~6.25%로 하향 조정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대출 총량제를 가동한 만큼, 은행은 금리 인하와 상관없이 연말까지 대상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