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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고를 자랑해 온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에 정체 징후가 포착된다. 데이터트래픽과 투자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통신속도·활용도 주요국에 추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통신은 인공지능(AI)·데이터와 함께 AI 시대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혁신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중요한 축이다. '네트워크 활용제고-인프라 진화-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복원하도록 정부와 통신 산업 과제를 3회에 짚어본다.

〈1〉통신은 디지털 필수 인프라, 인식 전환 급선무

2024년 국제전기통신연합 정보통신기술 개발지수(IDI)에 따르면 한국의 보편 연결지수는 93.4점을 기록했다. 통신보급, 차세대기술 적용 등 디지털연결성을 상대 수치화한 지표다.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쿠웨이트, 바레인, 홍콩(이상 100점), 덴마크(98점)에 비해 낮았다. 통신 품질관련한 글로벌기업 '오픈시그널' 조사에서 한국은 이동통신 속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스피드테스트' 조사에서는 세계 6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세계 주요지표상에서 디지털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대부분 영역에서 글로벌 1위를 고수하던 때와는 차이가 분명하다.

통신 정책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요금인하 등 서비스·민생 정책에 집중됐다. 100여종 이상 신규 요금제 출시와 3만원대 5G 최저요금제 출시 등 일정부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통 3사의 지난해 설비투자금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 가량 줄었다. 올해도 감소가 예상된다. 1인당 평균 5G 데이터사용량은 2019년 5G 상용화 첫해 27.3GB를 기록한 후 5년째 28GB~29GB 선에서 머물러 있다.

통신이 '카르텔'로 몰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인프라 진흥·활용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5G 세계최초 상용화 목표는 초저지연·초대용량 전송을 활용해 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5G플러스(+) 전략과 5G+전략위원회 등 산업정책 로드맵을 그렸지만, 유명무실화됐다. 산업계에서는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5G 단독규격(5G SA), 5G-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기술 적용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산업 중심은 AI가 차지하게 됐다. 정부의 ICT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통신사의 신규서비스도 AI에 집중됐다.

하지만 데이터, 네트워크, AI라는 이른바 'D-N-A' 경쟁력이 융합될 때 디지털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통신사가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통신경쟁정책과 주파수 정책 등을 재설계하고, 5G·10기가인터넷 등을 AI와 연계해 융합산업 가치를 높일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인프라가 지속관리되고 고도화되지 않으면 AI와 같은 응용서비스 활성화와 품질 제고가 어렵다”며 “국가인프라로서 통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활성화, 기술진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