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동시 인수를 결정하면서, 양사 합병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총 자산 50조원에 달하는 대형 생명보험사 탄생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어 동양·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회사별 인수 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으로 총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은 향후 절차를 거쳐 두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비은행 부문 수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합병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다른 금융지주들도 인수 후 합병 방식으로 보험사 규모를 키운 바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했고, KB금융은 KB생명과 푸르덴셜을 통합한 KB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양사 자산은 동양생명이 33조3057억원, ABL생명은 17조7591억원으로, 통합시 총 자산 약 50억원의 중량급 생보사 도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자산 기준 생명보험 탑3로 불리는 초대형사(삼성·교보·한화) 다음인 신한라이프, 농협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순이익을 기준으로는 농협생명을 능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반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연결기준 반기순이익은 각각 1684억원, 406억원을 기록해 약 2000억원 규모로 농협생명(1639억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보험사 장래이익을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에선 경쟁사 대비 열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 CSM은 각각 2조7540억원, 9182억원으로, 신한라이프(7조709억원)와 농협생명(4조8097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향후 수익성 제고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CSM은 지난해 보험사에 도입된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주요지표 중 하나로 보험사 미래 수익성을 나타낸다. 통상 7~10년 기간에 거쳐 보험사 이익으로 상각된다.
건전성 제고도 숙제가 될 전망이다. 올 1분기 기준 동양생명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은 174.7%로 직전분기 대비 18.7%p 악화됐다. 특히 ABL생명은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이 114.4%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돌고 있어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킥스비율은 보험사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보험업법상 최소치는 100%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동양·ABL생명은 합병 이후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 자본확충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추가 자금 투입까지 고려하다 보니 인수금액이 저렴하게 형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