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가전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필요한 기능을 갖춘 가전제품을 찾아 과소비 없이 구매하겠다는 소비 심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6일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상반기 가전제품 품목의 거래 건수, 거래 금액, 상품등록수는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고나라는 상반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뤄진 가전제품 거래 건수 및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9%, 10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고 가전제품 거래가 호황을 보이며 상품등록수 또한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용자 대부분이 MZ세대로 패션 상품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번개장터에서도 중고 가전제품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상반기 세탁기·건조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5%, 주방가전과 생활가전 품목 거래액은 각각 8.2%, 14.8% 증가했다.
리퍼브(반품) 가전제품을 향한 관심도 커지는 중이다. 홈쇼핑 등에서 반품된 제품을 재상품화해 별도 채널에서 판매 중인 A 가전기업은 7월까지 리퍼브 제품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13% 성장했다고 밝혔다.
중고 가전제품 시장이 성장한 배경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자 인식 변화가 있다. 신제품이 핵심 기능에서 확연한 성능 차이를 보이지 못하면, 비교적 저가인 중고 가전을 선호하는 소비 심리가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경기침체로 구매력이 줄어든 소비자에게 고가인 가전에 지출을 늘리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신제품과 기능 면에서 차별되지 않은 중고, 과거 출시 모델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고 가전제품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것과 달리 전체 가전제품 시장은 내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1·2분기 국내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0.6%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로, 이중 불변지수는 물가 상승 영향을 제거해 실질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김인철 기자 aupfe@etnews.com